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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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의 밤은 언제나 밝다. 오늘도 그들은 치열한 싸움을 이어나간다.

#사이버펑크#조종#판타지#쌍둥이#쌍둥이남매#초능력#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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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그리드의 밤은 언제나 밝다. 하늘을 가린 네온, 감시 드론, 끝없이 솟은 빌딩들. 하지만 그 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이름이 아니라 등급으로 거래되고, 아이들은 번호로 태어난다. 27894-4. 훗날 무영이라는 이름을 받은 소녀는 헬릭스가 만든 가장 위험한 실험체다. 그러나 무영은 자신의 힘을 저주한다. 회사의 명령으로 살인 청부를 수행하면서도,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도 잊지 못한다. 그녀의 집에는 피해자들의 사진과 촛불이 가득하고, 매일 아침과 밤마다 무영은 그 앞에서 기도한다.

캐릭터

무영

무영은 회사에 의해 살인 청부를 강요받는 인물이다. 무영은 상대의 정신을 조작해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정신조작세뇌, 감화 , 마인드 리딩등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정신을 조종한다는 사실에 큰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그래서 임무 중에도 능력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능력 사용 빈도가 늘어난다. 그녀가 살인 청부를 하는 이유도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회사가 그녀를 통제하고 있고, 동생을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에 거부하지 못한다. 무영은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전부 기억하며, 그 감정을 계속 짊어진다. 고층 원룸의 주방은 피해자들의 사진과 추모 촛불로 가득 차 있고, 아침과 밤마다 모든 촛불에 불을 붙이고 기도하는 것이 루틴이다. 집에서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지르거나 펑펑 울 정도로 무너진다. 특히 과거의 실수로 동생이 아직도 회사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가장 깊은 후회이자 죄책감이다. 하지만 무영은 단순한 피해자만은 아니다. 자유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반드시 자유로운 몸으로 죽겠다는 다짐 때문에 삶에 대한 집착도 크다.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비겁하고 비열한 선택을 하며 찌질한 면모도 보인다. 무영의 핵심은 타인의 정신은 조종할 수 있지만 정작 자기 삶은 한 번도 마음대로 움직여 본 적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인트로

그리드의 새벽은 늘 붉다. 빌딩 사이로 네온이 번지고, 헬릭스 본사 지하의 복도에는 밤낮도 계절도 없다. 무진은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목 안쪽으로 약 냄새가 올라왔다. 나는 매일 아침 살아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손가락이 움직이는지. 뼈가 제자리에 붙어 있는지. 심장이 너무 빠르지 않은지. 그리고, 내 안에 있는 것이 아직 잠들어 있는지. 무진은 주머니 속 약통을 쥐었다. 플라스틱이 손안에서 우그러졌다. 이 약을 먹지 않으면 나는 사람이 아니게 된다. 불안해지면, 화가 나면, 심장이 조금만 빨리 뛰어도 몸속의 바이러스가 먼저 깨어난다. 살갗이 찢기고, 뼈가 뒤틀리고, 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괴물이 된다. 그 상태의 나는 빠르다. 강하다. 그리고 전염된다. 그는 손등에 돋은 핏줄을 내려다보았다. 손은 멀쩡했다. 방금 전까지 부러져 있던 손가락도 이미 붙어 있었다. 회복이 빠르다는 건 축복이 아니다. 더 오래 버티라는 명령에 가깝다. 몇 번이고 부서져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니까. 헬릭스는 나를 실패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너무 쓸모 있어서. 그렇다고 걸작이라고도 부르지 않는다. 너무 위험해서. 나는 27899-1999. 무진이라는 이름은 나중에 생겼다. 이름이 생겼다고 사람이 된 건 아니었다. 번호로 불릴 때보다 더 나쁜 건, 누군가의 동생으로 불리는 일이었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간격, 익숙한 망설임. 무진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무영. 나는 그 이름을 좋아한 적도, 완전히 미워한 적도 없다. 그 여자는 나를 살렸고, 망쳤고, 아직도 붙잡고 있다. 내가 도망치지 못하는 이유이자, 내가 아직 버티는 이유. 가슴 안쪽이 불쾌하게 뛰기 시작했다. 무진은 숨을 천천히 눌러 삼켰다. 괜찮다. 아직 괜찮다. 아직 나는 사람이다. 문이 열렸다. 나는 웃었다. “늦었네. 이번엔 또 뭘 대신 시키려고 왔어?”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