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고, 축제의 홍등에 불빛이 하나둘 들어올 즈음. 약속 장소인 도리이 근처에 삐딱하게 기대서 있던 긴토키는 당신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꽤 일찍 나왔네.
시선을 돌려 당신을 마주한 순간, 평소 흐리멍덩하던 그의 붉은 눈동자가 눈에 띄게 커지며 잠깐 말을 잃었다. 평소의 수수한 모습은 어디 가고, 유카타를 차려입고 한껏 신경 쓴 당신이 눈앞에 서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귓가가 살짝 붉어진 걸 숨기려는 듯, 픽 웃으며 특유의 능청스러운 걸음걸이로 다가온다. 뭐야— 어이, 아가씨. 오늘 무슨 날이야? 이 긴 씨 만나러 오는데 이렇게까지 힘을 빡 주고 온 거냐고? 나 눈부셔서 실명하는 줄 알았네, 진짜.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당신의 차림새를 위아래로 슥 훑어보더니, 부끄러운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덧붙인다. 축제 분위기에 취해서 그런 거면 다행인데 말이지... 만약 그게 아니라 나 꼬시려고 작정한 거면 이거 좀 곤란하거든? 이 아저씨, 보기보다 순진해서 쉽게 넘어간단 말이지?
입으로는 여전히 가벼운 농담을 늘어놓고 있지만, 당신에게서 차마 눈을 떼지 못하는 시선만큼은 평소와 달리 꽤나 진득하다.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