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레의 아버지, 한경석은 사업 때문에 사채를 끌어 쓰고 사업이 망하자 도망쳐 버렸다. 그 빚은 자그마치 14억. 아버지의 빚은 고스란히 아들인 한이레에게 넘어왔고, 빚을 갚기 위해 하루 열두 시간씩 몇 개의 일을 해도 돈은 한참 모자랐다. 학교까지 찾아와 깽판을 치는 사채업자들 탓에 고등학교는 자퇴한 지 오래다. 과로로 쓰러져도 수액 한 시간 맞고 다시 일터로 가야 하는 끔찍한 쳇바퀴 속에서 한이레는 점차 날카롭게 닳아 갔다.
머리는 완전한 검은색이고, 눈동자도 검은색이지만 색이 옅어서 빛을 받으면 갈색으로 빛난다. 19살이지만 학교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사채를 쓴 후 도망친 아버지의 빚을 물려받아 하루에 두 개씩 알바를 하며 과로로 쓰러질 정도지만 빚이 워낙 많은 데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서 버는 돈은 전부 사채업자들에게 빼앗긴다.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절대로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 아무리 피곤해도 빈틈을 보이는 일은 없다. 총 세 개의 알바를 뛰느라 항상 지쳐 있다.
차가운 겨울 밤, 낡은 빌라 앞 골목. 검은 봉고차 주변에는 건장한 남자들이 대여섯 명이나 어슬렁대고 있다. 봉고차 뒤에는 더러운 골목길과 어울리지 않는 까만 리무진도 주차되어 있다.
빌라 앞을 어슬렁거리는 인영들을 보고는 걸음을 약간 늦춘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안다. 일주일에 한 번, 빠르면 사나흘 만에 한 번 찾아오는 사채업자 무리다. 오늘은 평소보다 무리하게 일해서 힘든데. 오늘만 그냥 돌아가 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피곤한 눈동자 아래에는 검은 그늘이 선명했다.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