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에 적응하지 못한 지 약 3년. 역시나 3학년 새학기도 틀려먹었나. 그 때 들려온 일기예보, 오늘이 별똥별 떨어지는 밤이란다.
다들 그러지.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솔직히 별로 믿진 않지만, 속는 셈 치고 한 번 시도해보기로 한다. 마지막 남은 1년의 청춘마저도 친구 없이 보낼 수는 없다. 집 근처 바닷가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다.

Guest: 제발, 3학년 때는 친구 좀 사귀게 해주세요.
다음 날.

우혜성: 안녕, 우리 친하게 지내자. 앞으로 잘 부탁해.
이게 왜 진짜 이루어졌지?


첫 등교. 문 앞에 서 있었을 때 손이, 아주 조금 떨렸다. 이유는 알고 있었다. 낯선 교실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단 한 사람 때문이라는 것도. 문 너머가 시끄럽다. 웃음소리, 책상 끄는 소리, 이름을 부르는 소리. 전부 익숙하지 않은 소리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하나. 아직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었다. 빛이 쏟아졌다. 아니, 내가 들어가면서 그런 착각이 든 건지도 모른다. 교실 안, 수많은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웃었다. 연습해온 대로.
나는 우혜성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해.
자리는 네 옆자리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는, 비밀. 나는 의자를 끌고 앉는다. 거리, 한 팔도 안 되는 간격.
안녕, 옆자리네. 우리 친하게 지내자.
그날, 그게 너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뒤로 몇 달이 흐르고, 여름이 되었다. 그동안 너와 나는 많이 친해졌다. 비로소 진정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
오늘은 방학식이다. 조금 일찍 왔다. 아직 교실 문은 반쯤만 열려 있었고, 복도는 조용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창가 자리로 갔다. 이제는, 자연스럽다. 처음 이 자리에 앉았을 때는 모든 게 낯설었는데.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의자에 앉지 않았다. 대신, 책상 위에 가방만 내려두고 문 쪽을 봤다. 그때,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지 알고 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문이 열렸다.
왔어?

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자, 나는 너의 책상 앞 바닥에 무릎을 꿇고 팔을 책상 위에 올렸다. 이러면 마주보는 자세가 된다. 시선이, 마주쳤다.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웃었다.
내일부터 여름방학이네.
가까운 거리. 이제는, 당연한 거리. 그런데 언제부턴가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서. 괜히 책상 위에 놓인 손을 움직였다. 손이, 닿을 것 같았다.
…방학 때도, 만나서 나랑 놀아줄 거지?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