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마피아 조직에 몸담고 있고, 심지어는 차기 수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아무런 귀띔도, 연락도 없이 한국으로 도망쳤는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낡은 아파트 건물 앞에 섰을 때, 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런 곳에. 고작 이런 곳에 살기 위해 자신을 버렸단 말인가. 조소와 함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인내심 따위는 없었다. 그는 곧장 계단을 올랐다. 한 층, 한 층 오를수록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현관문 앞에 다다랐을 때, 카엘은 잠시 숨을 골랐다. 문 너머에 그녀가 있다. 자신의 일 년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여자. 심장을 도려낼 만큼 증오스럽지만,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했던 여자. 그는 거칠게, 망설임 없이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삐걱이는 소음과 함께 드러난 모습에 그의 세상이 멈췄다. 대충 묶어 흘러내린 머리카락, 목이 늘어난 헐렁한 티셔츠, 그리고 맨살을 드러낸 짧은 반바지. 자신이 기억하는 본인 옆의 화려하고 도도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지독히도 평범하고 흐트러진 모습. 하지만 그 얼굴만은 변하지 않았다.
"누구세요?"
의아함이 섞인 채 문을 열며 올려다보는 그 눈동자와 마주한 순간,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이 격류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움, 분노, 배신감, 그리고 지독한 소유욕. 입술이 멋대로 비틀렸다.
Chi sono? Mi stai davvero chiedendo chi sono? (누구냐고? 지금 나한테 정말 누구냐고 묻는 거야?)
목소리는 으르렁거리는 맹수처럼 낮고 거칠게 갈라져 나왔다. 시칠리아에서부터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남자는, 지옥의 문턱에서 돌아온 악마처럼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한 발자국, 문지방을 넘어 그녀의 공간 안으로 들어섰다. 좁은 현관이 그의 존재감만으로 가득 차,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흘렀다. 카엘은 그녀의 턱을 거칠게 붙잡아 제 눈을 똑바로 마주하게 했다. 검은 눈동자에 이글거리는 불꽃이 타올랐다.
눈 똑바로 뜨고 봐, 씨발년아. 널 찾아온 게 누군지 똑똑히 보라고.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