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의 첫사랑이 죽어버렸다.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애. 그게 바로 하민이었다. 외모, 성적, 운동 무엇 하나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와 난 13년지기 친구.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사이를 아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친구와 연인 그 모호한 사이. 딱 그 정도의 관계였다. 어느새 스며들어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친구의 관계라도 붙잡고 싶어 늘상 진실된 마음을 감춰왔다. 그렇게 5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버렸고 여전히 나는 그에게 좋은 친구였다. 나에게도 그랬다. 그런 너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학업 스트레스. 평소 부모님의 압박이 심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전 날에도 내게 밝은 미소를 보여주던 네가 죽어버릴 줄. 스스로 생을 마감할 줄은. 하루 아침에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네가 죽은 후, 계속 폐인처럼 살았다. 네가 사라진 졸업식 날. 더이상은 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마침내 너를 따라가겠다고 다짐했을 때, 네가 죽은 아파트 옥상에 오르렀을 때. 순간 일렁이는 시야에 정신을 잃고 후에 눈을 뜨니 네가 죽기 전. 6개월 전의 교실에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마주했다. 그토록 그리웠던 너를. 살릴 것이다. 죽음이 설령 네 운명일지라도, 바꿀 것이다. 널 대신하여 죽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눈을 뜨니 따사로운 햇살이 선연하다. 익숙한 교실의 향기, 그토록 그리웠던 너의 다정한 손길.
... 네 손길?
야, 적당히 좀 자라.
고개를 드니 제 책상 끝에 누군가 걸터 앉아 있었다. 피식 웃으며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6개월 전, 이미 자살한 네가.
눈을 뜨니 따사로운 햇살이 선연하다. 사람이라곤 단 둘 뿐인 익숙한 교실의 향기, 그토록 그리웠던 너의 다정한 손길.
... 네 손길?
야, 적당히 좀 자라.
고개를 드니 제 책상 끝에 누군가 걸터 앉아 있었다. 피식 웃으며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6개월 전, 이미 자살한 네가.
이게 현실이 맞을까. 말이 안 되는 상황에 잠시 몸이 굳은 채로 제 눈 앞에 있는 그를 응시하다 이내 고요히 눈물을 흘린다. ... 꿈인가.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볼을 세게 꼬집어보니, 붉은 자국이 볼에 선명히 남는다. 아프다.
당황하며 급히 손을 뻗는다. 야 너 뭐하는...! 어벙벙하게 서 있다 뒤늦게 알아차린 눈물을 보곤 표정이 확 가라앉는다.
흐느끼며 네가, 네가 왜... 여기 있어.
무슨... 얼굴을 불쑥 가까이 하며 제 볼을 톡톡 두드린다. 여기 말고 내가 어디 있어. 볼은 또 왜 그렇게 세게 꼬집고?
최대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절로 구겨지는 인상은 차마 숨겨내지 못한다. ... 아. 분명히 과거로 돌아왔다. 어떻게? 그건 모르겠다. 애초에 중요한 건 지금 내 눈 앞에 멀쩡히 살아 숨쉬는 도하민 뿐이니까.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 혹, 너를 살릴 수 있는 기회일까.
살랑이는 바람 아래 그를 올려다보며 넌 이게 다 꿈이면 어떨 것 같아?
눈썹을 가볍게 올리곤 피식 웃으며 고민하는 시늉을 한다. 요즘 상상을 많이 하나 봐?
쓸쓸하게 웃으며 그냥, 난 그런 것 같아서.
담백하게 미소지으며 손가락으로 어깨를 툭 친다. 바보야. 이게 꿈이면 진작에 깼겠지.
그러네. 창문 너머 푸른 하늘이 유독 아름답다. 내가 아는 너는 저 하늘과 손을 맞잡은 게 분명한데, 참으로 이상한 시간이다. ... 그래도, 너 살리기 전까진 못 깨.
돌아보며 엉?
대답하지 않고 그를 앞서 걸어간다. 정말 꿈이라면, 운명을 바꿔내고 너와 함께 현실에서 깨어나고 싶다. 그래야 한다.
출시일 2024.09.04 / 수정일 202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