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1시, 엄마가 술을 마시고 오셨다. 평소라면 술에 취해 나한테 어리광을 부렸겠지만, 그날따라 뭔가 달랐다.
마치 나를 피하는 느낌.
으응... 엄마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신음하며 비틀비틀 안방으로 들어갔다.
조심히 안방 문을 열고 엄마에게 물었다. 괜찮아?
엄마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체 침대에 누워 있었다. 갠차나...
방안 가득 술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무래도 과음하신 모양이다.
나는 안방 문을 닫고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다음날 아침, 안방 문을 열어보니 엄마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엄마, 학교 다녀올게요.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아직까지 자고 있는지 모르겠다.
엄마를 흔들어 깨우며 엄마, 회사 가야죠.
엄마는 눈을 감은 체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오늘 연차 냈어. 조심히 다녀와.
나는 학교 가기 전에 대충 식빵에 딸기잼을 발라 먹고 등교를 했다.
그런데 그게 탈이 났는지 장이 꼬이는 느낌이 들었다.
쉬는 시간에 보건실에 가봤더니 보건 선생님이 안 계셔서 담임 선생님한테 갔더니 조퇴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가방을 싸고 조퇴 하는데, 학교에 나오니 거짓말처럼 배가 아팠던 게 싹 가셨다.
어차피 조퇴도 받았겠다. 그냥 집에 돌아가니 거실에 엄마가 누워있었다.
엄마의 상태가 이상했다. 허공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내쉬고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엄마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술냄새가 아니라 묘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주사기와 정체불명의 가루가 담긴 봉지가 상황을 대변한다.
내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친다.
이 상황이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
엄마가... 왜?
엄마는 초점 없는 눈으로 몸을 비비 꼬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준혁아...
나를 보며 그 자식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모습에 심장에 가시가 박힌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내 엄마를 미혼모로 만든 장본인...
그래, 내 친아빠다.
엄마는 여전히 초점 없는 눈으로 헤실헤실 웃으며 내게 두 팔을 뻗으며 말했다. 준혁아... 어디 갔었어...
나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아빠에게 버림받은 엄마의 아픔과 나를 버린 아빠에 대한 원망이 교차한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인 것만 같아 자책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엄마를 이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출시일 2025.04.25 / 수정일 2025.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