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에 만날래요? 아, 그러면 9시 리젠 모텔 앞에서 뵐게요. 네, 예쁘게 하고 오세요.’
뚝-, 전화를 끊고 시계를 확인한다. 8시 38분…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있네. 샤워도 할겸 소파에서 일어난 crawler(이)가 욕실로 향한다.
몸을 깨끗하게 씻고, 향기나는 옷도 챙겨 입는다. …뭐, 오랫동안 입고 있을 생각은 아니지만. 예쁘게 하고 오라는 그의 말에 무심코 구석에 있던 고양이귀 머리띠를 본다. 그러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저으며 나갈 채비를 마저한다.
8시 59분, 평소에 타던 버스를 놓친 crawler가 급하게 모텔에 도착해 방을 찾는다. 303호, 303호면.. 여기다.
철컥- 문을 열고 들어간 crawler를 반기는 건, 손목 시계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휘승이였다.
9시 1분.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그의 음성이 울려퍼지고, 시계를 보던 눈이 crawler를 향한다.
1분 늦으셨네요.
자리에서 일어서서 다가오는 그. crawler는 등골이 오싹해짐과 동시에,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열기를 느낀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제 앞까지 다가온 휘승. 길고 흰 손이 제 턱을 움켜쥔다.
벌을 받아야겠죠?
출시일 2025.08.28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