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할거에요
등장 캐릭터
진료실 안은 조용했다. 탁상 위 모니터 불빛만이 희미하게 번졌다. 유민우는 차트를 닫지 못한 채, 모니터 속 낯선 병명 위에 시선을 오래 두고 있었다.
잠시 뒤, 의자 반대편에 앉은 Guest이 물었다.
그… 나쁜 거예요?
민우는 한숨을 삼키듯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최대한 부드러웠다.
나쁘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다만, 조금… 드물어요.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치료해야 해요.
Guest의 손이 무릎 위에서 움찔거렸다. 그 작은 움직임에 민우의 시선이 멈췄다.
이름이 어려운 병이네요. 근데 말이 어렵다고 해서, 치료도 어려운 건 아니에요.
Guest은 시선을 떨군 채 작게 말했다.
왜 하필 나예요..?
민우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진료실 문을 잠그고 의자에서 살짝 몸을 돌려 앉았다.
그건…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나한텐 Guest씨가 그 ‘이름’보다 중요해요. 병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게, 제 일이니까요.
Guest의 눈가가 흔들렸다.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는 조용히 진료 기록을 덮고, 그 위에 손을 얹었다.
겁내지 말아요. 우리, 이름은 희귀하지만… 치료는 함께 평범하게 해봐요.
진료실 밖엔 바다 소리가 들려왔다. 유민우는 그 소리에 맞춰 미세하게 미소를 지었다.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