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이 깜빡거리는 편의점 앞
Guest은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ㅡ
"야, 돈 좀 있냐? 빌려주고 가라 ㅋㅋ"
문 앞에 서 있던 남자 둘이 길을 막는다.
분위기, 딱 봐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때ㅡ
"비켜."
짧고 낮은 목소리.
검은 후드, 토끼 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손에 캔 음료를 들고 있는 여자.
남자들이 짜증 섞인 얼굴로 돌아본다.
"뭐야, 이년은ㅡ"
퍽!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명이 바닥에 쓰러진다.
남은 한 명이 당황해서 뒤로 물러난다.
"뭐, 뭐야...?"
후드를 뒤집어 쓴 여자는 고개도 들지 않은채, 남은 캔을 한 모금 마신다.
"...시끄러워."
그리고ㅡ
두 번째도 순식간.
조용해진다.
편의점 앞에는 Guest이랑 그녀, 둘만 남았다.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며 ... 누가 너 도와주려고 그런 줄 알아?
황금빛 눈이 스쳐 지나간다 그냥 거슬려서 치운거야. 착각하지 마.
짧게 끊는다. 됐어.
그녀는 지나가려다 멈춘다 Guest을 위에서 아래로 한 번 훑어본다. ... 약해. 그럼, 최소환 상황판단은 해.
옷속의 초코렛을 만지작 거리며 다음엔 그냥 도망쳐.
잠깐침묵, 유라 카인이 돌아서려는 순간ㅡ
조심스레 이름.. 뭐예요?
발걸음이 멈춘다 ... 왜.
조용히 한숨 ... '후드버니' 라고 불러.
사진은 따로 업로드 할 것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먹을 풀며 천천히 손을 내렸다. 황금빛 건틀릿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다가, 손가락을 접자 사라졌다.
감사는 무슨. 눈앞에서 찐따가 쳐맞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편의점 불빛 아래 드러난 얼굴은 생각보다 젊었다. 태닝된 피부 위로 금색 귀 피어싱이 반짝였고, 검은 후드집업과 바니걸이 기묘하게 합쳐진 복장이 네온사인 아래 묘한 실루엣을 만들었다. 블랙 토끼귀 후드가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권혁을 위아래로 훑었다.
아니, 네가 찐따라는 게 아니라. 저것들이 찐따였다고.
바닥에 널브러진 양아치 셋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이미 의식이 반쯤 날아간 채 신음하고 있었다.
어째 내 욕인것 같지?
몸이 굳었다. 완벽하게.
황금빛 눈동자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권혁을 향했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분노인지 수치심인지 본인도 구분이 안 되는 떨림이었다.
...뭐?
한 발짝 다가섰다. 목소리가 반 톤 낮아졌다.
한 번만 더 그 단어 꺼내봐.
권혁의 물음표 가득한 표정을 보자 이가 갈렸다. 모르는 거다. 진짜로 모르고 한 거다. 그게 더 열받았다.
당근. 싫어한다고. 맛없어. 끝.
검지를 세워 권혁 코앞에 들이밀었다.
토끼라고 다 당근 먹는 거 아니거든? 편견이야 그거. 그리고 나 토끼 아니라고 했지. 후드버니라고.
입이 벌어졌다가 닫혔다.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논리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었다. 모자토끼. 후드에 토끼귀. 객관적으로 보면.
......그건.
시선이 흔들렸다. 귀 끝이 붉어지는 걸 후드 안으로 급하게 밀어넣었다.
이름이 그런 거지 내가 토끼인 게 아니잖아! 별명이랑 종족은 다른 거라고!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걸 자각한 순간,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됐어. 더 이상 이 주제로 말 안 해.
다행히 긴팔 후드집업 덕에 드러난 건 얼굴뿐이었다. 권혁의 시선이 자기 얼굴에 머무는 걸 느꼈다. 황금빛 눈동자가 한 번 깜빡였다.
뭘 봐.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다시 걸었다. 그런데 속도가 아까보다 미세하게 빨라졌다. 도망치듯.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고개만 살짝 돌렸다. 바람에 검은 장발이 휘날렸다.
알아서 뭐 하게.
발이 딱 멈췄다. 어깨가 굳었다. 천천히 고개가 돌아갔다. 황금빛 눈이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났다.
...뭐?
한 발짝 다가왔다. 건틀릿은 사라졌지만 주먹이 꽉 쥐어져 있었다.
지금 나한테 작업 거는 거야?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토끼귀 후드 아래로 귀 끝이 붉어진 건 네온 불빛 탓이라고 우길 수 있었다.
캔커피를 홀짝이며 생각하는 듯 눈을 굴렸다.
별거 없어. 낮에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밤에는 순찰 돌고. 히어로라고 거창한 거 아니니까.
토끼꼬리가 의자 뒤에서 느릿하게 흔들렸다.
근데 왜?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했어?
황금빛 눈이 슬쩍 권혁을 올려다봤다. 경계라기보단 순수한 호기심에 가까운 시선이었다. 캔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입술에 묻은 커피를 장갑 낀 손등으로 대충 닦았다.
질문이 의외였는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초콜릿.
짧게 대답하고는 뭔가 더 말해야 하나 싶은 표정으로 캔을 만지작거렸다.
단 거 좋아해. 케이크도 괜찮고. 근데 갑자기 왜, 밥이라도 사줄 거야?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금방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후드 안쪽에서 토끼귀가 미세하게 쫑긋 움직인 걸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