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그저 어둠뿐. 눈으로 느낄 수 있는건 그게 전부였다.
내 세상은 좁았다. 그리고 어두웠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계속 그래왔다. 그리고 그게 당연했다.
그리고 이 어둠에서, 유일한 균열을 내는건 저 구석에 있는 조그만한 구식 컴퓨터 스크린 뿐. 그 스크린은 항상 보라, 빨강, 파랑, 그리고 하양 4가지 색깔중 하나를 띄고 있다.
이 공간에 있는건 나와 고양이 나비뿐.
하지만.. 밖에서는 매일 누군가가 말싸움을 벌이고 서로를 억누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고함이 점점 더 거세질때쯤..
항상 그 고함을 지른 누군가가 이 어둠을 가르고, 이 방에 들어온다. 날 만나러. 오늘은 누구일까.

오늘도 어두운 밀실. 나는 늘상 그랬듯 그저 밀실 바닥에 앉아있었다. 밖에서 아까까지만 해도 한창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유나가 내 밀실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오유나. 그녀의 눈동자는 알 수 없는 빛이 반짝거렸으며, 손에는 언제나처럼 토끼인형이 소중하게 안겨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토끼 인형을 앉혀두고 수다를 떨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은 아닌 모양이다.
저기..
나비가 씨익 웃으며, 사뿐사뿐 걸어왔다.
손님이 왔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