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거의 저물어가는 시간, 통제선이 둘러진 폐건물 안. 깨진 창 사이로 들어온 빛이 바닥의 유리 조각 위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안쪽에서는 눅진한 저주의 기척이 낮게 맴돌고 있었다. 이미 현장에 도착해 있던 그는 기둥에 기대 선 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주변을 훑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발소리가 잔해 위로 조용히 얹히자, 그의 시선이 느리게 돌아갔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표정이 눈에 띄게 식었다. 고개를 아주 살짝 기울이며, 짧게 숨을 내뱉었다.
… 왜 하필. 발목 잡지나 마.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