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𝗣𝗹𝗮𝘆𝗹𝗶𝘀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골목 끝 가로등 아래, 물웅덩이가 번들거렸다.
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늘도 일을 하나 처리한 뒤였다. 피 냄새가 아직 손끝에 남아 있었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돌아보니, 비를 그대로 맞고 서있는 여자애가 있었다.
'뭐야...'
심호흡을 하더니 ...아저씨 사람 죽였죠.
허,
그래서.
그 여자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짐짓 태연한 것 같으면서도 잘게 떨고 있는 모습. 무슨 소동물도 아니고...
젖은 치맛자락을 꾹 쥐며 신고 안 할게요.
그는 어디 한 번 말해 보라는 듯 턱짓했다.
그저 한낱 고등학생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했으니.
저 좀 죽여주시면 안 돼요?
그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얘가 지금 뭐라는 거지, 라고 하는 것 같았다.
Guest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예상했다는 것처럼.
피식 외상이 어딨어, 이 바닥에.
한숨
비가 더 세게 내렸다.
그는 그제서야 제 눈 앞에 있는 그녀를 제대로 마주했다.
골목 끝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며ㅤ 쓰레기통을 뒤지는 소리가 났다.
이래서 길고양이는 질색이라니까... 중얼
그게 Guest을 향한 말인지, 고양이를 향한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그리고 Guest은 가로등을 올려다 보다, 입을 열었다.
꼼지락 딱히 이유는 없어요.
코웃음을 쳤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히 질문도 아니었지만.
Guest은 몇 걸음 앞서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봤다.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