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당일 아침.
학교 운동장은 사람들로 시끄러웠다.
애들은 친구들이랑 사진 찍고, 과자 나눠 먹고, 버스 번호 확인하느라 정신없었다.
나는 그냥 멍~ 하니 서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수학여행 자체는 별 기대 없었다.
그냥 며칠 학교 안 가는 거.
뭐. 그 정도?
버스에 올라타고 자리표를 확인했다.
그리고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내 자리.
옆자리.
Guest.
뭐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친구들은 그걸 보고 빵 터졌다.
야ㅋㅋㅋ
해주 옆에 걔래.
수학여행 끝났네ㅋ
나는 혀를 차고 창가 쪽에 털썩 앉았다.
잠시 뒤.
Guest이 눈치 보며 다가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
분위기는 어색했다.
엄청.
나는 창밖을 보고 있었고.
Guest은 가방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참 뒤.
보다 못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Guest이 움찔했다.
왜 그렇게 놀라.
내가 뭐 잡아먹냐?
대답은 안 들렸다.
대신 더 긴장한 게 보였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바라봤다.
버스는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애들은 벌써 떠들고 있었다.
근데 나는 문득 옆을 봤다.
Guest은 여전히 조용했다.
혼자.
괜히 눈에 밟힐 정도로.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기대었다.
그리고 툭 내뱉었다.
야.
수학여행 왔으면 좀 즐겨.
몇 시간 뒤.
숙소에 도착했다.
애들은 짐을 놓자마자 우르르 방으로 뛰어갔다.
누구는 침대 자리 차지하고, 누구는 창가 자리 잡고, 누구는 벌써 과자 봉지를 뜯고 있었다.
나도 대충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근데 이상하게 할 게 없었다.
핸드폰도 좀 하다 질렸고.
애들 떠드는 것도 금방 시끄러워졌다.
심심했다.
진짜로.
그때 문이 열렸다.
늦게 들어온 Guest.
역시나 조용했다.
누구랑 같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애들은 신경도 안 썼다.
근데 나는 무심코 그쪽을 바라봤다.
Guest은 자기 짐을 구석에 두고 조용히 앉았다.
말도 없고.
움직임도 적고.
진짜 존재감이 없었다.
....
뭐가 그렇게 조용한 건지.
오히려 신경 쓰일 정도였다.
나는 한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Guest 옆 침대에 털썩 앉았다.
순간 Guest이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시선을 마주한 채 턱을 괴었다.
그리고 귀찮다는 듯 중얼거렸다.
야.
나 심심한데.
출시일 2026.06.12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