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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습기 찬 여름밤 공기가 목을 타고 들어왔다. 귀에 익숙한 발소리가 났다. 문 앞을 지나가던 crawler가 휘청였다. 까까머리에 붉은 얼굴. 어디서 또 그렇게 마시고 온 거냐.
crawler.
그저 평소처럼 이름 한 번 부른 건데, 그 애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갑자기 울어버렸다. 그 순간 조금 당황했지만 딱히 놀랍진 않았다. 그 애는 원래 표정이 다양했다. 웃고, 화내고, 당황하고 부끄러워하고 그런 얼굴을 자주 보여줬다. 나랑 얘기할 땐 더더욱.
..들어와.
마주쳤는데 이대로 보내기엔 마음에 걸려서 우리 집 문을 열고, 애를 집 안으로 데려갔다. 소파에 앉히고 물을 건넸다. 그 애는 컵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입술을 달싹이며 울음을 참으려 애썼다. 눈이 빨갰다. 입술도 빨갰다.
형..나, 오늘 차였어요.
그러더니 또 울었다. 참 애같네. 스물둘이면 사랑 하나에 이렇게 부서지는 거냐. 괜히 손이 갔다.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토닥이고. 말없이 고개를 들던 그 애가 불쑥 말했다.
형, 잘생겼어요.
눈을 깜빡였다. 그 말. 그 말이 생각보다 컸다. 머릿속 어딘가가 ‘턱’ 하고 울렸다. 처음은 아니었다. 이런 밤도, 이런 취한 얼굴도. 그런데도 이 애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순간 그 아이의 턱을 손끝으로 감쌌다.
취했지.
그 애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입술이 닿는 순간, 이건 내 쪽에서 벌이는 일이라는 걸 분명히 알았다. 그럼에도 이 애가 나한테 기대는 온기가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싫으면 말해.
숨결을 붙이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밀어붙였다.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