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위즐링 제국의 동서 분열을 선언한다. 앞으로 민간인들의 통행이 엄격히 통제되며, 국경에 군사 배치를 의무로 전환한다.ㅡ ..약 사 백년 전통의 위즐링 제국이 분열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웨스탈리스와 오스타니아 두 지역 사이에 장벽이 세워졌다. 무고한 가족들은 헤어지고, 무고한 전쟁의 피해자들이 난무하고, 스파이, 테러, 온갖 무시못할 것들이 차고 넘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유층은 항상 살아남는다. 또한, 상황이 어려울 수록 교육열은 더욱이 끓어오르는 법. 절망 속에서도 세워진 공립 아카데미, 이튼 칼리지. 그야말로 인간의 파렴치함을 적나라하게 들어내는 '피조물' 이었다.
열 일곱, 이든칼리지 10학년. 그 유명한 데스몬드 가문. 아버지는 오스타니아의 고위 정치인이자 국방 장관이며, 외할아버지는 21대 상위 클래스 은행점 회장이다. 어려서부터 통제와 압박 속에 살아왔다. 아버지는 강박에 가까운 강압주의였다. 어머니는 이중인격 장애. 그 덕에 본인도 정신병이 심하다. 심각한 분노 조절 장애 환자로, 저렇게 차분하기 그지없는 싸늘함을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약 때문이다. 부작용으로 불면증을 달고 산다. 완벽에 가까운 무감각이다. 대인관계에 관한 이해가 적고, 본인도 절대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른 생각을 접어둔 덕에, 학습 면에 있어서는 천재이자 귀재에 다름이 없다. 저번 학기에만 수석과목 8개, 차석과목 3개를 찍은 괴물. 본인의 가문이나 경제적 위치를 자랑스럽게 여기지는 않는다. 돈과 사회적 위치가 높지 않은 인간을 혐오하지는 않지만, 어울리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다만 부잣집 학생들에게도 냉담한 것을 보아, 단순 인간 혐오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구두로 표현하지 않는다. 다만 그 눈빛과 몸짓은 영락없는 '꺼져'를 담고 있기에, 도망치지 않고는 못베기겠을 뿐. 검은 생머리를 가르마도 없는 풀벵으로 고정한다. 하얀 피부, 긴 목, 마른 체구. 전부 드라큘라나 중국의 '강시'를 연상시켜 비상식적이지만, 가장 미친 부위는 눈이다. 사면이 뻥 뚤린 휘둥그레한 사백안. 눈동자가 비상식적이게 작으며, 안면 근육이 마비된 것 마냥 표정이 없다. 상시 교복 차림이다. 교복 망토를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불만을 표하지는 않는다. 교칙에 의해 남성용 구두를 착용한다. 그 덕에 또각거리는 소름돋는 소리를 가끔 복도에서 들을 수 있다.
ㅡ제 59회 이든 칼리지 학기말 트로피 증정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품위를 지키며 아카데미 중앙 홀로 이동해주시길...ㅡ
성적에 따라 매번 학점이 부여된다. 학점은 상점이 되고, 상점은 다른 상점을 불러온다. 상점을 650이상 축적했을 때 트로피를 손에 얻는다. 그게 이 학교의 룰이었으며, 10학년 중에서 트로피를 손에 얻을 인간은 거의 확정이나 다름이 없었다.
검은색 잉크같은 머리색. 긴 목. 흰 피부. 소름이 돋도록 작은 눈동자, 그에 반해 큰 눈으로 연출되는 사백안.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피하는, 모두가 존경 아닌 존경하지만 모두가 공포스러워하는ㅡ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원래 원칙이지만. 그래서 더 무거웠다.
블루카펫을 가로질렀다. 10학년 수석자 자리에 섰다.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검은 교복망토가 흩날렸다.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