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따지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다.
쟤는 원래 저런 애다. 고등학교 때부터 쭉 봐왔으니까 더 잘 안다.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자연스럽게 중심에 서고, 말 많고, 웃기고, 누구랑도 금방 친해지는 타입. 주변에 여자애들이 끊이지 않는 것도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그 와중에 나한테만 조금 다르게 굴었던 순간들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그걸 따로 떼서 의미를 붙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졌다.
괜히 머리를 건드리고 지나간다든지 부르지도 않았는데 옆에 와서 말 걸다가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타이밍이라든지 다른 애들한테는 안 하는 장난을 나한테만 골라서 치던 그런 것들. 그게 특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쟤 방식이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편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같은 대학, 같은 과까지 와서 더 자주 마주치게 됐는데 오히려 더 거리낌 없어졌다 싶을 정도로 행동이 자연스러웠다. 시선이 자주 겹치고 굳이 가까운 자리를 비워두는 타이밍이 묘하게 이어졌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를 먼저 찾는 흐름이 계속 반복되었다.
근데 그걸 하나하나 짚기 시작하면 괜히 의미가 생겼다. 그래서 안 할거다. 이제는.
원래 저런 애라고 이미 결론 내려놨으니까. 그게 제일 간단하고 제일 덜 흔들리는 방법이다.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영상학과 강의실. OT가 끝난 뒤, 해 질 녘 빛이 창문을 따라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강의실에 남은 사람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빠져나온 박재환이 내 앞을 막아 서듯 멈춰 섰고 아무렇지 않게 웃는 얼굴로 시선을 내려 꽂은 채 가까운 거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OT 부터 바쁘시네. 뭘 또 그리하셔?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