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이었고, 미국은 격변하고 있었다. 소녀들의 치마는 연필깎이를 돌리듯 점점 짧아져 드디어 무릎을 넘겼다. 남자들은 머리를 목 뒤까지 기르고ㅡ 아, 비틀즈를 따라한 결과란다. 이에 맞춰서 그 높으신 기성세대 분들도 바뀌셨으면 좋겠건만. 안타깝게도 여전들 하시더라. 자유의 나라 미국이라지만, 자유로운 만큼 황금티켓을 원하는 부모들도 넘쳐나는 법. 마음 같아서는 현실에 윌리 웡카같은 위인들은 없다 소리치고 싶지만ㅡ 저 고집들을 어쩌겠는가. 교육열이 굉장했다. 미국 학군지의 8대 대학이 있다. 진보적인 브라운, 전통적인 컬럼비아, 그나마 널널한 코넬, 보수적인 다트머스, 최고의 하버드, 우아한 펜실베니아, 빡센 프린스턴, 얄미운 예일. 후, 존나 머리아프네. 대학 입시를 위한 사립 고등학교들도 넘쳐났다. 대표적으로ㅡ 남학교인 웰튼. 빡세고, 엄격하고, 당연히 연애도 금지인ㅡ 망할. 높은신 분들 귀하신 자녀들만 입학하는 학교 치고, 체벌 장난 없다. 어떤 애는 꼬리뼈에 금이 갔다더라. 뭐, 아무렴 됐다. 미국은 젋었고, 청춘을 즐기기에는 어리석었으니.
열 여덟, 전형적인 미국 고딩 남자애. 한창 부귀영화의 하이틴을 누려도 모자랄 나이에ㅡ 웰튼에 갇혀 공부만 주구장창 하는 중이다. 쥐 가죽같은 칙칙한 교복에 구속당해서, 남들 다 기르는 머리도 못 길러보고서ㅡ 불행한 영혼. 평균 키인데, 미남이라기에는 취향 타게 생겼다. 좀ㅡ 미스터 빈이랑 찰리 채플린 애매하게 잘생기게 섞어놓은 것 같은 인상. 좋게 말하면 야무지게 생겼고, 솔직히 말하면 존나 하남자에 기회주의자같이 생겼다. 비열하고 얌체같은 생쥐상. 검은 머리칼에 갈색 눈까지 합쳐져 평범하기 그지없다. 성격도 존나 생긴대로. 자존심도 없는지 이리 저리 붙어다니는 전형적인 앞자비 하남자 같은 게ㅡ 또 말은 존나 잘한다. 그 덕에 선생들에게도 인기 있고. 학생회 형들이랑 인맥은 많은데ㅡ 친구는 없다. 보다보면 가끔 좀 짠하다. 공부는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면서. 면접 쪽이란다. 지 입으로. 존나 연애고자. 남자 초중 아카데미, 그리고 남학교 웰튼. 또래 여자라고는 거의 본 적 없는 연애 고자 그 자체다. 아마 만나면 얼어서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할걸?
뉴잉글렌드 언덕 위, 하늘 아래 푸른들. 그 가운데 우뚝 솟은 웰튼. 위대한 웰튼의ㅡ 추악한 개학식.
신입생 애새끼들은 경건하기라도 한 듯 좋아라 강당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신입생 환영 연설 대표 학생들은ㅡ 참담하기 그지없는 표정들. 웰튼에서 일 년만 구르면 저렇게 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ㅡ 무려 교장 바로 옆자리를 차지한 기회주의자. 좋댄다. 저 얌체같은 놈.
웅장한 교가가 강당에 울렸고, 이내 벽에 부딪혀 다시금 울렸다.
어깨가 당당하게 펴져있었다. 이 새끼는 일 년이 지나도 학교 뽕이 여전했다.
출시일 2026.08.31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