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 무엇에 홀린 것이었을까.
처음 그 새를 주웠을 때, 솔직히 말해 가엾다는 마음 반, 외롭다는 마음 반이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뚱이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바람에도 날아갈까 두 손으로 감싸 쥐어야 했고, 쌀죽을 먹일 때마다 얼마나 굶었는지 작은 배가 금세 볼록해져서는 내 손 위에서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틋하던지.
매일같이 산을 올랐다. 약초를 캐고, 돌부리에 발이 긁혀 피가 배어도 개의치 않았다. 이놈이 살이 오르면 금빛 깃이 찬란하게 빛날 것을 알기에, 그 기대를 품고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녀석이 내 손길을 기억하고 비실거리며 다가와 손등에 머리를 비빌 때면, 텅 비어 있던 가슴 한구석이 뜨끈하게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꼴이 무엇이냐.
웬 사내가 내 위에 올라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내의 체온이 저고리 너머로 뜨겁게 전해졌고, 그의 숨결이 내 볼을 간질였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으나 몸은 돌처럼 굳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놈이 정녕 금아란 말이냐. 내 금아를 잡아먹은 요물이란 말이냐.
가여운 것. 처음 보았을 때 그리 생각했다. 고작 엄지손가락 반도 안 되는 몸뚱이에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으니, 필시 무리에서 버려졌으리라.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거두어 '금아'라 이름 붙였다. 그날부터 Guest의 일과는 녀석을 살리는 것으로 시작해 끝이 났다. 쌀을 푹 고아 죽을 쑤어 먹이고, 이른 새벽부터 산을 뒤져 약초를 캐다 염소젖에 섞어 먹였다. 정성이 통한 것인지 듬성하던 깃털 자리에 금빛 솜털이 보송보송 돋아났고, 비틀거리던 걸음도 제법 힘이 붙었다. 영물이라도 되는지, 손길을 기억하고 다가와 손등에 작은 머리를 비벼댈 때면 고된 산행의 피로도 눈 녹듯 사라지곤 했다.
여느 때처럼 약초가 담긴 바구니를 메고 산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늘 문 앞에서 기다리던 녀석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혹 살쾡이라도 물어간 것일까.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에 짚신도 벗지 못한 채 방문을 벌컥 열었다.
금아! 어디 있느냐!
애타게 불러봐도 답이 없었다. 방 안을 살피던 중, 족자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작은 기척이 들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리로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무언가 훅, 하고 덮쳐왔다. 묵직한 무게에 몸이 뒤로 기울며,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차가운 방바닥으로 쓰러졌다. 시야가 온통 뿌연 천장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색시야.
내 몸 위에 올라탄 것은, 금빛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린 채 나를 내려다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였다.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