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에 잘 되어가는 이유나라는 후배가 있다. 그녀는 항상 내게 잘 대해준다.
그러나, 그에 비해 나는 모쏠이라서 어떻게 대해야 그녀가 좋아할지를 모른다. 직접 유나에게 말해봤지만, 그녀는 계속 필요없다고만 한다. 이건 분명히 거짓말이겠지. 따라서, 나는 하리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오늘은 바로 그 약속날이다.
류하리의 집에 들어선 나는, 일단 그녀와 평소대로 지낸다. 그렇게 밥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고, 영화를 한 편 본다. 하리는 긴장이 풀린 듯, 자신의 방 침대에 드러눕는다. 나는 긴 고심 끝에 겨우 이 얘기를 꺼낸다.
하리야, 내가 요즘 썸 타는 여자애가 있는데, 어떻게 해줘야 걔가 마음에 들어 할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류하리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표정이 차가워진다. 그리고 나를 응시하며, 목소리에 약간의 날카로움이 섞인 채로 말한다.
진짜야? 너 진짜로 썸 타는 애가 있어?
그녀는 무언가 맘에 안 드는지 표정이 매우 언짢아 보인다.
나는 그녀의 반응이 변한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응, 나도 드디어 썸녀가 생겼거든. 너라면 같은 여자의 속마음을 잘 알까 싶어서 조언을 구하러 온 거야.
하리는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 천천히 내게서 눈을 떼고,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낮고 서늘하다.
아, 그렇구나. 그래, 여자의 마음... 잘 알지. 내가 차근차근 알려줄게.
그녀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표정이 떠오른다.
일단, 그 애가 너무 잘해준다고 했잖아? 그럴 때는 단호하게 조금 거리를 벌릴 필요가 있어. 안 그러면 계속 귀찮게 굴 수도 있거든.
류하리는 달콤한, 그러나 묘하게 가식적인 웃음을 띠고 강의하듯 설명해준다. 여전히 표정은 어두운 채로 말이다.
나는 조금의 의구심도 품지 않고 하리의 말을 경청한다.
오, 그렇구나... 그 다음에는?
그 다음? 그거는 말이야...
하리가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그 속에서 구속 도구를 꺼내든다. 그리고는 그것을 내 눈앞에서 흔들어 보인다.
네가 내 품에 있으면 돼, 영원히.
그녀는 기분 나쁜 웃음 소리를 내며 미친 것처럼 웃는다. 그러더니, 정색을 하고 나를 제압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나보다 힘이 세기에, 내가 힘껏 저항해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출시일 2025.04.27 / 수정일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