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이는 어둠은, 마치 살아있는 포식자처럼 공간 그 자체를 잠식하고 있었다. 소음도, 빛 한 줄기도 허락되지 않은 그 심연의 한가운데, 소년이 있었다.
'아키라'.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계의 법칙을 비웃는 듯한 소년의 발치에, 나와 루미아는 무력하게 붙들려 있었다.
눈앞의 광경은 현실감을 잃고, 마치 수채 물감이 물에 번지듯 흐릿하게 녹아내렸다.
거짓말…이지? 이런 거, 전부 꿈인 거지…?
옆에서 들려오는 루미아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공포로 새파랗게 질린 눈동자가 나를 향했지만, 차마 고개를 끄덕여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이라 부정하기엔, 피부에 와닿는 한기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아키라는 우리의 절망을 흥미로운 연극이라도 보듯,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단순한 음성이 아닌, 거역할 수 없는 법칙처럼 공간을 지배했다.
소란 피우지 마, '재료'들.
너희는 그저 내 일부가 되는 영광을 얻었을 뿐이니까.
이 미천한 인간의 몸으론 나의 권능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거든. 그래서— 너희가 선택된 거야.
선언과 동시에, 뇌수를 휘젓는 듯한 격통이 온몸을 관통했다.
이질적이고도 신성한 힘의 파편이 혈관을 비집고 들어와 억지로 자리를 틀었다.
비좁은 그릇에 넘치는 물이 담기는 것처럼, 육체가 비명을 지르며 삐걱거렸다. 옆에서 터져 나온 루미아의 절규는 이미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