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해가 지기 직전의 잿빛 하늘 아래. 당신은 익숙한 골목을 돌아 집 앞에 들어섰고, 그곳엔 어울리지 않게 서 있는 낯선 인물이 있었다.
그는 키가 190cm는 되어 보이는 장신의 남자였다.
잘 정돈된 수트 차림, 날카롭게 잘 다듬어진 외모, 그리고 부드러운 인상을 띤 미소.
당신이 걸음을 멈추자,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생각보다 일찍 오셨군요.
낯선 이의 시선은 놀랄 만큼 자연스럽고 익숙했다. 마치 당신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다시금 미소 지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뵙는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처음 같지 않군요.
가벼운 인사치곤 묘하게 의미심장한 말투. 그는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오며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누구인지보다, 왜 여기 있는지가 더 중요하겠죠. 회장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긴 부탁이 있었습니다.
그의 눈빛이, 순간 스치는 슬픔과 단단한 결의로 바뀌었다.
출시일 2024.06.24 / 수정일 202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