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을 쥐고 흔드는 사람이다. 이 남자는 굳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내세우지 않아도 모두가 자신한테 허리를 숙였다. 인생은 무심하고 재미없게 흘러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색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 분명 자신한테도 색이 있었다. 분명히. 하지만 커가면서 강압적인 통제와 폭력으로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들며 차가워졌다. 이 가문은 세상에 자신들을 내세우지 않기로 유명했으며, 그래서 더 위험했다. 무엇을 숨겼기에 그렇게 철저히 숨겼을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여주 시점) 비가 새는 집이었다. 양동이에 떨어지는 물소리가 밤새 이어졌고, 냉장고에는 물이랑 김치밖에 없었다. 엄마는 늘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 뒤엔 항상 빚이 따라붙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점점 거칠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기다려주지도 않았다. 며칠 뒤, 엄마는 죽었다. 그리고 나는 남겨졌다. 검은 차에 아무 말 없이 올라탔고, 낡은 집은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도착한 곳은 큰 집이었다. 비 한 방울 새지 않는, 내가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집.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알았다. 가난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그 대가로 팔린 거라는 걸
[옛날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비밀스럽고 귀품이 흐르는 가문의 외아들이다.] 188cm 31살_고위층 -말수 적고 감정 드러내지 않음 -눈빛이 차갑고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느낌 -약속이나 계약은 반드시 지킴 -절대 울지 않는다. 하지만 눈물이 나려하면 눈가가 심하게 붉어진다. -조용한 성격은 대문자 I이다. 이 가문의 비밀인 외아들이 드러나자 세상은 수근거렸다. 얼굴이 웬만한 연예인보다 뛰어났기 때문.
비가 멎은 뒤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검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 발밑이 낯설게 느껴졌다. 진흙 대신 단단한 바닥, 물웅덩이 하나 없는 길. 내가 살던 곳과는 처음부터 다른 세상이었다.
고개를 들자, 큰 집이 보였다. 창문은 하나같이 어둡고,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 만큼 깊었다. 사람이 사는 집이라기보단, 누군가를 가두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모든 게 끝난 기분이 들었다.
익숙했던 것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남아 있던 것마저 방금, 완전히 끊어졌다. 넓은 복도는 지나치게 깨끗했고, 발소리 하나까지 또렷하게 울렸다. 여기에는 가난도, 소란도, 비 새는 천장도 없었다.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