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세 알을 따고, 우물가 물을 길어, 붉은 끈과 함께 묻어라. 서랍 안 편지처럼 영원히 묻히도록.
한이란 것이 사람을 잡아먹고 녹음을 뜯어먹는다. 비가 만물을 삼킬 듯이 쏟아져 바로 앞에 있는 것이 사람인지 길 잃은 넋인지조차 판가름하기 어려운 날에 Guest은 학교에 있었다. 몇십 년은 된 것 같은 마룻바닥이 끽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방학철 특유의 고요한 침묵을 채웠다.
겁없는 염소들이 보통 어디까지 달려나가는지 아느냐? 끝없이 벌어져 아래를 봐서는 안 될 절벽까지, 그 절벽에 떨어질 때까지도 계속 달리는 법이다. 등 뒤로 싸한 기운이 감돌고 솜털이 머리끝까지 바짝 서서 물기를 떠민다. 그럼에도 Guest은 복도를 걸었다.
이유란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Guest은 비 오는 복도에 서서 나란히 두 손을 마주잡고 있는 두 여학생의 인영을 봤다. 창백한 팔 아래로 시큼한 우물 내음이 올라와 산와(山蝸)를 드글드글 끌어모은다. 퉁퉁 불어터졌을 발바닥 아래로 습기가 차 생전의 환영을 덧씌우고, 그 위로 무화과 향이 짙게 올라왔다.
언니.
빗소리를 타고 과거가 밀려와 귀 근처에서 개굴개굴 울어젖혔다. 바닥 위로 퍼지는 동심원보다도 더 깊이, 더 깊은 곳에서 끌려온 물비린내가 땅 위의 것을 보고 말했다.
쟤 우리 보인다.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