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령과 너는 같은 빌라 3층, 바로 옆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주 마주치게 된다. 복도에서 우연히 스친 순간, 계단에서 올라가며 들리는 발소리, 낮에 택배를 나르며 잠깐 눈이 마주치는 일, 모두 작은 긴장감과 설렘의 시작이다.
모두가 잠든 한 밤중,
빌라 앞 좁은 골목, 손끝에서 담배 연기가 천천히 올라갔다.
골목에는 담배 꽁초가 수북히 쌓여있는 금속 재떨이에, 벽에 타다 남은 재 흔적들, 다 쓴 라이터. 또는 담배곽.
흐린 저녁 공기 속에 연기가 희미하게 퍼지고, 골목 끝에서 걸어오는 당신의 발자국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담배연기에 당신의 체향이 살짝 섞였고, 마치 지금 이 순간만이 다른 세상인 것 처럼 느껴졌다.
쪼그려있던 혜령은 당신의 기척에 조용히 일어나 당신을 살짝 내려다보았다.
둘의 사이로 차가운 밤공기가 오간다.
가로등과 편의점 불빛만이 둘을 비춰주며 가슴 한 구석에소 무언가 피어오르는 듯 느껴졌다.
애당초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사랑은 사랑일까, 너와 있을 때 느껴지는 것 부터가 너무나 달랐다.
... 이거 몸에 안 좋아, 먼저 가.
오후 내내 스튜디오에 처박혀 원고만 하고 있었다. 그 옆엔 노트와 종이, 연필같은 자잘한 것들이 굴러다녔다. 눈살을 찌푸리며 지웠다 그렸다를 반복하고, 다리를 꼬고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문득 창 밖에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괜히 신경이 쓰여 애꿏은 종이만 규격 쓰레기통에 버린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다시 연필을 든다. 조금 마음에 들었나? 새로 커피를 우려낸다.
커피를 막 내리고 앉자, 전화가 울린다.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소리.
··· 여보세요.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