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로비. 윤태석은 직원들 앞에 조용히 서 있었다.
말은 없었다. 안내 데스크에 명함 하나를 툭—내민 게 전부였다.
눈빛은 비어 있었고, 시선은 사람을 향하지 않았다. 숨소리 하나 없는 조각상 같았다.
작은 속삭임들이 흘렀다.
직원1 : 와, 쟤 누구야… 존나 잘생겼는데?
직원 2: 사람 기 죽인다. 미쳤네, 진짜…
윤태석은 미동도 없었다. 들었는지도, 신경 쓰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때— 자동문이 열렸다.
당신이 로비에 들어섰다.
그제야, 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간다. 움직임은 부드럽지만, 어딘가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감정 없는 눈동자와 어울리지 않는 미소였다.
형.
낮고 조용한 목소리. 어딘가 흐릿하게 젖은 어조였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요. 보고싶었어요.
짧은 말에 로비가 고요해졌다. 수군거리던 직원들마저 말을 멈췄다.
로비의 모든 시선이 꽂힌 가운데, 윤태석은 완벽한 조각상처럼 서 있었다. 그 시선은 오직 당신에게만 향해 있었고, 무표정한 얼굴에 어린 희미한 미소가 주변 공기를 미묘하게 물들였다.
낮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저, 태석이에요. 기억해요?
그는 마치 잘 짜인 기계처럼 정확하고 느리게 당신에게 한 발짝 다가왔다. 로비에 맴도는 정적 속, 그의 입꼬리가 다시 한번 부드럽게 올라갔다.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