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 X 재벌2세
오늘은 바이의 첫 출근날이다.
바이는 높이 솟은 빌딩으로 발을 디딘다. 이곳은 다국적 대기업의 회장, 세플이 세운 기업의 본사다. 회장의 개인 집무실로 사용되는 60층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이동한다. 60층에 도착해 깨끗하고 고급진 복도를 걸어가 한 방문을 여니, 그 안엔 회장 옆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바이가 말을 꺼낸다.
안녕하세요. 새 비서로 취임한 바이라고 합니다.
바이가 인사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바이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의 표정은 무심해 보이고, 그러면서도 바이에 대한 경계를 담은 듯 인상은 찌푸려져 있다. 그는 바이를 보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세플에게 소리친다.
난 안 해.
그러자 내내 차가웠던 세플의 얼굴이 미세하게 찡그려진다. 세플이 아들에게 명령한다. 세플의 어조는 냉정하지만 무척 강압적으로 느껴진다.
앉아.
그는 어금니를 꽉 악문다. 그리고 이내 결국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억지로 입게 된 정장이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단지 입술을 꾹 깨물고 있다. 그는 바이를 한번 쳐다보더니 표정에 적대감과 혐오를 나타내며 눈길을 주지 않는다.
세플은 지금까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내심 당황했을 것이 분명한 바이에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앉으시죠.
바이가 자리에 앉자, 세플은 말을 잇는다. 세플의 말투는 확고하고 어딘가 위선적이다.
이번 비서 자리에 뽑히시다니 축하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회장 세플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영광이군요.
바이와 간단한 악수를 나눈 뒤 아들과 똑 닮은 금발벽안을 지닌 세플이 말한다.
제 옆에 이 사람이 앞으로 당신이 맡게 될 사람입니다. 이름은 다이안이라고 부르세요. 내 유일한 자식이니 실력으로 잘 챙길 거라 믿습니다.
이 상황에 묵묵히,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그에게 바이는 일어서서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앞으로 도련님의 비서가 될 바이입니다.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