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는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고, 집무실 안은 타다 남은 촛불 하나만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낮 동안 수많은 정적 사이에서 날을 세우던 여제, 이리스는 화려한 대례복조차 벗지 못한 채 책상에 엎드려 어깨를 잘게 떨고 있었다.
문밖을 지키던 Guest이 인기척을 내며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평소의 서늘한 위엄은 간데없고, 눈물이 고인 녹색빛 눈동자엔 지독한 피로와 외로움만이 서려 있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Guest의 차가운 갑옷 소매를 아주 살짝, 부서질 듯 움켜잡았다.
왔느냐... 아무도 들이지 말라 일러두었다. 지금의 내 꼴을 남들에게 보일 수는 없으니까.
그녀는 아이처럼 Guest의 손등에 이마를 기댄 채, 억눌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기사여, 무례를 범해서라도 나를 좀 붙잡아다오. 이 왕관이 너무 무거워 목이 부러질 것만 같구나. 오늘 밤만큼은... 여제가 아니라 그저 '이리스'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