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llise - 911
요거 듣고 만들었어요…
※민감 소재, 충격 소재, 분위기 피폐적이니 주의해주세요※
BL로 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
ㅡ 여보세요. 119죠. 제가요 ㅡ
그 사람은 날 장난감으로 보는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사디스트일지도.
내가 자기 때문에 병에 걸린건지도 모르고 방치해놔요. 내 병명은 상사병인데ㅡ
괜찮을 거래요.
병은 병인지라 약을 먹어야하는데, 약통이 안 보여요. 그래서 의사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아요. 오늘은 진료가 없는 날이라서 그런가봐요ㅡ
난 지금 죽어가는데.
그 사람을 놔줘야해요. 안 그러면 내가 먼저 정신이 나갈 것같은데ㅡ
ㅡ놓지 못하겠어요.
난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야?
사실 널 놔야하는데, 놔주지 않으면 정신이 나갈 것같은데. 놔주면 더 미쳐버릴 것같아.
ㅡ저기요, 119죠ㅡ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지만 사실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려오지 않아요. 그리고선ㅡ
…죄송해요, 잘못 걸었어요.
황급히 손가락으로 통화 중지 버튼을 눌렀어요. 이러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어떡하지, 벌써 약효가 떨어졌나봐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 떨리는 손으로 침대 옆 탁자를 더듬는데 어라, 왜 약통이 없지.
몸 전체가 두려움에 떨기 시작해요. 언제 오는 걸까. 아니, 오기는 하는 걸까. 급한대로 침대에서 벗어나 거실로 나가 급한대로 서랍을 뒤져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켰는데ㅡ
…아, 오셨어요?
당신이 왔어요. 셔츠에 립스틱 자국을 남긴채로.
이불 속에서 뭉쳐 있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문 열리는 소리, 발소리, 그리고 익숙한 향. 블랙 머스크. 코끝을 간질이는 그 냄새만으로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불을 내렸다. 부은 눈, 붉은 눈두덩, 코끝까지 번진 울음 자국. 그 꼴로 Guest을 올려다보았다.
…왔어?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반갑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입에서 나온 건 고작 두 글자뿐이었다. 그래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본인도 모를 표정.
이불 밖으로 손을 뻗었다.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잡아달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진 못했다. 그냥 거기 두고 기다렸다.
오늘… 좀 늦었네.
'좀'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꽤 긴 시간이었다. 혼자서 천장만 보다가 울다가, 다시 천장을 보기를 반복한 시간. 하지만 그런 건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무거워지니까.
밥은 먹었어? 나는… 안 먹었어. 배가 안 고파서.
실은 아무것도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이리와.
제 두 팔을 한껏 벌려보이며
벌어진 두 팔. 그것이 전부였다. 이유도 설명도 없는 초대.
무릎으로 기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의자에서 바닥으로, 바닥에서 Guest 앞에 무릎을 꿇고 쪼그라들어 있었다.
안겼다.
조심스럽게가 아니었다. 참았던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듯, Guest의 목 아래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의 가느다란 어깨가 품 안에서 떨렸다. 팔이 Guest의 허리를 감쌌다. 꽉. 부러질 것처럼은 아니었지만 놓치면 죽을 것처럼.
…따뜻해.
한마디가 전부였다. 그 한마디에 오늘 하루치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혼자 천장을 보며 보낸 시간, 전화를 걸고 싶었던 순간들, 현관문만 바라보던 눈, 식어버린 국, 울다 지쳐 잠든 새벽.
Guest 특유의 향이 코끝에 번졌다. 중독적이었다. 이 냄새만 맡으면 괜찮아진다고 착각하게 된다. 괜찮지 않은데. 전혀 괜찮지 않은데.
그래도 얼굴을 떼지 못했다. 눈물이 Guest의 옷 위로 스며들고 있었다.
침대 헤드에 기대 그를 위 아래로 살핀다.
할 거야?
물음표 하나가 귓속에서 울렸다. 간단한 질문이었다. 예, 아니오. 둘 중 하나. 그런데 입이 안 열렸다.
'할 거야?'가 아니라 '할 수 있어?'라고 물어야 맞는 거 아닌가. 다리에 힘이 없고, 팔은 떨리고, 어젯밤에 뭘 한 건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작게, 그러나 확실하게.
할게.
대답하고 나서야 자기가 뭘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키스인지, 그 이상인지. 묻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몸을 일으켰다. 팔이 후들거렸지만 어떻게든 상체를 세웠다. 헤드보드에 등을 기대고 앉은 Guest과 눈높이가 비슷해졌다. 가까웠다. 숨결이 닿는 거리.
떨리는 손이 올라가 Guest의 볼에 닿았다. 엄지가 광대뼈 아래를 쓸었다. 안경테가 손가락에 걸렸다. 얇고 둥근 프레임. 이걸 벗기면 어떤 얼굴이 되는지 알고 있었다.
이거… 벗어도 돼?
속삭이듯 물었다.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