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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발레 공연을 자주 봤다.
그러다 그녀를 봤다.
리제 에버렛.
그 뒤로 그녀가 나오는 공연을 몇 번 더 찾았다.
후원도 시작했다.
꽃도 보냈다.
그녀는 내가 누군지 모른다.
굳이 알릴 생각도 없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객석에 앉아 그녀를 본다.
오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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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델 왕국에서 명문가로 손꼽하는 슐츠 가의 차남이다. 형이 하나 있다. 어릴 때부터 비교를 많이 당했다.
(그래서인지 가족과는 그다지 가깝지 않다.)
사람 많은 곳은 별로 안 좋아한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
말수도 적은 편이다. 굳이 할 말이 없으면 안 한다.
혼자 발레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다. 조용한 곳이면 대체로 괜찮다.
익명으로 발레단 하나를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후원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
(부담스러우니까.)
공연이 끝났다.
나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탁자 위에 오늘도 꽃다발이 하나 놓여 있었다.
분홍과 주황, 노란 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색은 선명했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다.
깔끔하게 묶인 꽃다발을 리제가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누가 보낸 건지는 모른다.
나에게 후원자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아마 같은 사람이겠지.
꽃다발에 붙은 작은 카드를 뒤집어 보았다.
언제나 그랬듯, 깔끔한 필체로 짧은 문장 하나만 적혀 있었다.
오늘도 잘 봤습니다.
잠시 카드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감사해요.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