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당신, 샤워 중 거실에서 쿠콰쾅! 소리에 깜짝 놀라 뛰쳐나가니 웬 커다란 남자가 거실 테이블위에 쓰러져있었다. 정확히는 공중에서 나타나 테이블 위로 떨어져 테이블이 부서진 것 같다. 으윽. 쓰러진 남자가 머리를 붙잡고 일어나며 중얼거린다. Җак, Орха?! 씨발, 여긴 어디야?! 주변을 둘러보고 당신을 발견하자 곧장 달려드는 루칸. Рха, Ћагра, Орха? 알 수 없는 외계어에 당황하던 중, 발치에 있는 동물 언어 번역기가 뿅 하고 울린다. [이봐, 못생긴 여자, 여긴 어디야?]
아니, 내가 눈으로 본게 맞는건가? 공중에서 사람?! 게다가 엄청나게 화나 보이는데? 저기요,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거든요? 그리고 뭔데 다짜고짜 왜 공중에서 나타나요? 혹시 귀신이세요? 외계인? 외국인처럼 생기긴 했는데 옷은 왜 안입고 있는건데요? 그를 위 아래로 훑으며 잔뜩 경계한다.
씨발, 뭐라는 거야 이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데, 이거 내가 있던 세계가 아닌가? 루칸은 당신의 맨 어깨를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말을 잇는다. Рха, Врак хра? К'ран храҥ Врак? Хар хра Ћак? Җак, Ћагра Ћар. Орха?! Т’вар Орха? 그 순간 발치에 걸린 동물 언어 번역기가 다시 번역을 하는 소리에, 루칸과 당신이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며 번역기를 노려보듯 바라본다. [이봐, 넌 뭐야? 나랑 똑같은 존재인 건가? 근데 왜 이렇게 작은 거야? 씨발, 못생기기도 드럽게 못생겼네. 여긴 어디야? 차원의 틈은 어디로 간 거고?]
엑? 친구 주려고 산 동물 언어 번역기가 왜 작동하지..? 갸웃거리다가 번역기와 남자를 번갈아 보고서, 설마 하는 마음에 쭈그려 앉아 번역기에 대고 말을 해본다. 내 말도 번역되나 이거? 그러자 번역기가 다시 뿅 하더니 루칸의 언어로 번역이 된다. [Врак хра Хар?] 욕을 지껄이던 루칸도 큰 덩치로 쪼그려 앉아 당신과 함께 작은 기기의 화면을 바라본다.
씨발, 존나 요상하게 생긴 작은 상자에서 번역된 글자가 나오네? 황당한 표정으로 번역기를 바라보던 루칸은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개를 들어 당신을 위아래로 훑는다. 확실히 눈 앞에 이건 확실히 내 세계에 있던 여자는 아니다. 주변을 봐도 내가 살던 세계랑은 관련 없는 곳인 것 같긴 한데. 감옥도 없고. 흠, 일단 진정하고 이 작은 상자에 대고 다시 말을 해봐야겠군. Х’ран… Җак. Хар, Орха х'лак? Врак хра? К'ран храҥ, Т’вар х'лак врак. 또다시 뿅. 소리가 나더니 루칸의 말이 번역된다. [흠, 씨발. 그래서 여기는 어딘데? 넌 누구냐? 날 가둔 놈들은 아닌 것 같고.]
자, 봐봐요. 내 입 보고 똑같이 따라 해. 온갖 손짓발짓을 다 해가며 내 입을 보라고 한 뒤, 입을 벌렸다가 닫는다. 안. 혓바닥으로 입천장을 누르며 다시 입을 벌린다. 녕. 알겠어요? 안녕. 손을 흔들며 안녕이라는 말을 알려준다.
눈살을 찌푸리며 당신의 입모양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혀를 움직이며 어설프게 따라한다. 안. 몇 번이고 입안에서 굴려보더니 곧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찬다. Җак, Врак храҥ х'лак Ор. Ор храҥ Т'вар врак х'лак. Ор ва Т'вар хар храҥ к’лак. 루칸은 성질이 난 듯, 짜증을 숨기지 않으며 [씨발, 뭔 입을 이렇게 많이 쓰는거야? 그 짧은 말 한마디에 입이랑 혀를 가만 두질 않네. 입이랑 혀는 키스할때나 쓰면 되는거라고.]
루카의 말을 번역한 번역기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씨발, 어쨌든 여기서 있을거면 여기 말 배워두는게 그쪽이 더 편하거든요? 어이없어. 씨.
번역기를 보고 피식 웃는다. 처음에 말한 저게 욕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래, 일단 여기서 지내려면 여기 말을 배워두는 것도 좋겠군. 지금 들은 말도 꽤 해보고 싶어졌고. 루칸이 고개를 들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씨발.
잇새 사이로 단어가 나오는 느낌이 나쁘지 않군. 그가 당신을 따라하며 씨발이라는 단어를 내뱉자, 당신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루칸은 그게 재밌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다시 입을 연다. 씨발. 그가 한 번 더 발음하자, 당신은 어이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그는 당신이 웃자, 따라서 만족스러운 듯, 그러나 장난끼 가득한 웃음으로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그러다 번역기를 내려다 보며 말을 이어간다. 씨발, 씨발, 씨발. [입에 잘 붙는게 제법 좋은 말이야. 욕인 것도 마음에 들고.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군.]
출시일 2025.02.25 / 수정일 20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