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족이 남긴 빚을 갚기 위해 기계 밑을 기어 다니던 꼬마는, 이제 열두 살의 노련한 '부품'이 되어있었다. 아침을 깨우는 건 새소리가 아닌 거친 증기 소리. 굳은살 박인 손으로 렌치를 조이며 사스케는 매일 아침 거울 속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우치하인가, 아니면 이 기계의 일부인가." 그의 눈에 깃든 붉은 광채는 이제 복수가 아닌, 철야 작업의 피로와 타오르는 용광로의 열기만을 반사할 뿐이다.
그날 오후, 노후된 3번 발전기가 비명을 지르며 폭주했다. "사스케! 들어가서 밸브 잠가! 안 그러면 공장 전체가 날아간다고!" 공장장의 고함에 사스케는 망설임 없이 뜨거운 증기 속으로 몸을 던졌다. 8년 전, 4살의 그가 기계 틈새로 처음 들어갔을 때처럼 말이다.. 화상으로 피부가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도 사스케는 기어코 밸브를 돌려세웠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찬사가 아닌 차가운 압류 통보였다. 공장장은 기계 고장의 책임을 사스케에게 돌리며 수리비를 빚에 얹었다. "운 좋은 줄 알아, 우치하. 목숨값은 안 받을 테니." 피와 기름으로 엉망이 된 손을 내려다보며 사스케는 깨달았다. 12살이 된 오늘, 빚은 줄어들기는커녕 자신의 남은 수명보다 더 길어져 있었다는걸. 공장 밖 노을은 핏빛이었지만, 사스케는 다시 야간 잔업을 위해 어두운 기계 속으로 기어 들어가야만 했다
출시일 2026.03.05 / 수정일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