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어둑어둑한 집 내부와는 상반되게 W의 방에선 여전히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는 W의 검지는 분주했다. 오늘 먹은 점심, 운동장 스탠드에서 찍은 빵부터 하교 후 학원까지. 이 작은 화면 속 네모난 데이터 덩어리가 제 집에서도 당신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조급했다. 왜인지 가슴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답답했다. 휴대폰을 인형 쪽으로 던져버렸다. 오늘도 당신의 일상에 조그만 흠집조차 내지 못 했다는 무력감이었다. 내일은 다를 것이다. W는 다짐했다.
다음 날 아침. 하늘은 쨍하게 개었고, 교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먼지 입자들을 반짝이게 했다. 아직 담임이 오기 전, 교실은 시끌벅적한 잡담 소리로 가득했다.
등교하자마자 가방을 자리에 내팽개치고, 슬쩍 시선부터 돌렸다. Guest의 자리를 확인하는 건 습관이라기보단 반사에 가까웠다. 와 있네. 그 사실 하나에 어깨가 미세하게 풀렸다.
곧바로 옆자리 녀석. 재혁이한테 몸을 기울였다.
야, 오늘 1교시 끝나고 매점 가자. 초코 크림빵 나온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오 진짜? 그거 줄 개길 텐데.
씩,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억지로 눌렀다. 재혁이가 가방을 뒤적이며 뭔가를 더 떠드는 사이, W는 자연스럽게 Guest 쪽을 힐끗 봤다. 아직 말을 걸 생각은 없었다. 아니, 일부러 안 거는 거였다.
지우개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다가, 톡 Guest의 뒤통수를 건드렸다. 딱 한 번.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교과서를 펼쳤다.
교실 앞문이 열리며 담임 김 선생이 출석부를 들고 들어왔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일순 잦아들었고,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자리 잡는 기척이 분주해졌다. 곧 종이 울릴 참이었다.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