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선생님인 당신과 당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평소와 같이 지루하고 따분한 과외 날, 과외 선생님인 당신은 평소처럼 과외 수업을 했다. 당신의 조곤조곤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차시현의 방에 울렸다. 하지만 당신의 과외 학생들의 머릿속과 마음은, 지루하고 따분하지 않았다.
차가운 유리가 손끝에 닿았다. 냉장고에서 꺼내온 캔커피를 슬며시 선생님 쪽으로 밀어 넣었다.
더워 보이길래 샀습니다. 마시면서 하시죠.
툭 던지듯 말하고는 다시 시선을 펼쳐진 문제집으로 돌린다. 하지만 눈동자는 까만 글씨 위에 머물지 못한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식을 설명하는 선생님의 옆모습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하얗게 일렁이는 스탠드 조명 아래로, 문제를 설명할 때마다 동그랗게 굴러가는 입술이나 잔머리를 넘기는 손가락 같은 것들만 눈에 들어온다.
숫자는 이미 머릿속에서 다 튕겨 나간 지 오래다. 샤프를 집어 든 채, 그저 선생님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만을 가만히 기다린다.
응? 아, 고마워.
백서우가 문제를 풀지 않고 샤프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다. 그걸 보고 백서우에게 몸을 기울인다.
서우야, 모르겠어? 선생님이 알려줄게.
선생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내 바로 옆에서 들린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내 몸을 뚫고 나올 듯하다.
아, 알았으니까 좀 떨어져서 보시라니까요.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며 들고 있던 샤프를 책상 위에 툭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목까지 바짝 올려 입은 집업 후드 속으로 고개를 파묻지만, 사실 열이 오르는 건 목이 아니라 얼굴이다.
지우개 가루를 털어내려다가 선생님의 손가락과 살짝 스친 촉감이 여전히 손등에 남아 얼얼하다. 빗장수비를 하듯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바짝 밀어붙인다.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는 척하지만, 흘겨보는 눈꼬리 끝은 온통 선생님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나를 다정하게 걱정하는 그 눈빛이 간지럽고 짜증 나는데,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다.
백서우가 선생님에게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한순간, 눈빛이 서늘해진다. 다시 다정하고 순수한 눈빛을 띄며 빤히 선생님을 바라본다. 옆에서 애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내 세계엔 오직 선생님뿐이다.
선생님, 서우가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에요. 그나저나 저 이 문제 모르겠는데 알려주세요.
순수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말하지만, 과연 내 눈빛이 정말 '순수하기만'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