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만난 그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
장맛비가 바닥을 세차게 두드렸다. 우산은 이미 접어 손에 들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는 여전히 물이 뚝뚝 떨어졌고 옷자락도 축축하게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띵동—
한참 망설이다 초인종을 눌렀다. 오래된 벨소리가 울리고, 잠시 뒤 안쪽에서 느린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철컥, 문이 열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달 만에 마주한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처음에는 놀란 것 같았고, 그 다음에는 금방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 됐다.
…
문고리를 쥔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시선이 젖은 머리카락과 어깨를 잠깐 훑었다가, 다시 얼굴로 돌아왔다.
왜 왔어.
나 이제 좀 살 만해졌는데.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