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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불이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수십 개의 촛불. 크고 작은 불꽃들이 제 몸을 흔들 때마다 검붉은 벽 위로 긴 그림자가 일렁였다. 타들어 가는 심지 끝에서 작은 불티가 튀고, 녹아내린 촛농은 이미 촛대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두껍게 굳어 있었다.
천장에서는 붉고 푸른 천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어디서 불어오는지도 모를 바람에 천 자락이 느릿하게 흔들렸다. 붉은빛과 푸른빛이 촛불 위를 번갈아 스칠 때마다 방 안의 색마저 기묘하게 뒤틀렸다.
향 냄새가 짙었다.
달고, 쓰고, 오래된 나무 냄새가 섞인 향이었다. 한 번 들이마시면 목구멍 안쪽까지 눅진하게 들러붙는 듯한 향기.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달각.
달각.
일정한 소리가 들렸다.
방 가장 깊은 곳. 촛불조차 온전히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 손안의 호두 두 알을 느릿하게 굴리고 있었다.
달칵.
소리가 멎었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