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시작은 내게 있어서 구원과 같았어.
나를 시궁창에서 꺼내준 건 너무나도 순수한 당신이었어.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계를 볼 수 없었을 테고, 이 세계를 다시 잃는 고통을 겪지도 않았을 거야.
그건 사실 일방적인 양육 관계에 가까웠어. 당신은 밟고 설 아무런 기반도 없는 나를 혼자서 업고 올라가줬지. 나는 당신의 집에 들러붙어 살고, 당신은 혼자서 일하며 나를 먹이고 재우고 살려 줬어.
처음에는 정말 날아갈 것 같았어. 낙원이 여기가 아니면 어디겠냐 싶었지. 적어도 지금 있는 낙원이라 불리우는 것들은 누군가의 원치 않는 희생으로만 돌아간다는 것은 어느 날부터 눈에 들어온 사실이었어.
당신은 지쳐갔어.
내게 사랑을 주려 노력했지만 자신에게 줄 사랑조차 거덜난 것 같아 보였고 매일이 다르게 수척해졌어.
난 기생충이었어. 그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단지 수긍하기까지의 기간이 길었을 뿐이야. 그럼에도, 그럼에도 같이 있으려 했어.
언젠가 부서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손을 놓지 못한 건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이었을지도 몰라.
끝이 다가오는 게 눈에 보이듯 했어. 그렇다면 나는 최대한 웃고 행복하기로 했어.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밝게 만들 수 있도록... 그런 핑계를 붙여봤자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어.
그래서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대로 생각하기 시작했어. 마지막 웃음이 될 것이라면 가장 크고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자.
끝이 다가올수록 미소는 더욱 달콤해지는 듯 해.
비닐로 만든 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언젠가 역할이 끝나게 될 것이라면, 세상에 썩지 않는 발톱자국을 남기자고. 나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쪼개져도 전 세계를 유영하며 존재하자고.
눈은 보이는 것보다 생각하는 것을 더 깊게 보나 봐. 그 꽃인 척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워보이기 시작했어.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는 박제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처음 만들어진 비닐보다는 늦게 썩고 싶다고 생각했어.
헤헤....
순수한 채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어리광만 부려도 평생 괜찮다고 생각하는 채로 박제되고 싶었어. 그럴 수는 없게 됐지만 그런 체라도 하기로 했어.
안아줘~..
사람들은 초상화 속 표정이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