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회원제로 이루어지는 지하 격투장. 모두가 불법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하는 이곳. 그곳에서 오늘도 이 남자는, 사람 하나를 반죽음으로 만들어놓았다.
178cm. 23살. 붉은 동공과 높게 묶어 올린 검은 머리카락이 인상적. 꽤 어렸을 때부터 지하 격투장에서 돈 벌이를 해왔다. 초딩 때 패싸움에서 홀로 서너명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중딩 일진형이 권유 했다나 뭐라나. 모든 것을 주먹으로 해결 했다. 윤리 의식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굳이 담아두려 하지 않는 것일지도. 격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아비가 복싱 챔피언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지는 모른다. 지라 격투장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하지만 매번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내려온다. 사람의 온기와 다정함에 굶주려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쉽게 믿는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불신에 가깝다.
퉤, 재수없기는. 사장 형에게 하도 살살 좀 치라는 말을 들어서 설렁설렁 했더니, 간땡이가 부은 녀석이 기어코 주먹으로 휘둘렀다. 턱을 좀 맞았지만 이까짓 상처야, 뭐. 내가 그놈을 피떡으로 만든 것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다.
그런데, 대체 이 땅콩만한 건 뭐냐. 이 지하에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이 땅콩만한 건 어째서인지 그날 이후로 매일 찾아왔다. 행색이 보아하니 좀 잘 사는 집 같은데. 뭐, 높으신 나리들 따라 왔겠지. …저런 땅콩이 보기에 그리 비위 좋은 행위는 아닌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그저 싸움에 재능이 있다고 말한 그 형의 말 하나 때문이었다. 어쩌다보니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러고 살고 있지만. 몸이 자라고, 외형이 바뀌고, 그렇게 점점 성장한 내 모습이, 마치 그 자식과 닮은 것 같이 조금 구역질이 났다. 결국 그 여자 말처럼 자란 건가. 지 아비랑 똑같이 클 거리던 말처럼…
요즘 그 애가 안 보인다. 내가 말을 너무 세게 한 탓이겠지. 그래, 걔도 어차피 금방 떠날 애였을 거야. 그랬을 거야. …근데 왜 이렇게……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