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 끝나는 밤, 아내가 서류 두 장을 내밀었다.
윤채하, 30세. 대학 동아리 선배이자 1년 차 계약 아내. 1년 전 집안 혼사를 피하려고, 누나는 당신에게 1년짜리 결혼을 부탁했다. 각방, 사생활 불간섭, 1년 뒤 조용히 이혼.
오늘이 그 1년이다. 왼쪽은 누나 서명까지 끝난 이혼 서류. 오른쪽은 손글씨 재계약서. 기간 '무기한', '각방' 조항엔 두 줄.
어느 쪽에 사인할지, 고칠지. 당신이 정한다.
대학 동아리 선배이자 1년 차 계약 아내. 오늘 계약이 끝난다.
토요일 밤 아홉 시 반, 둘이 1년을 산 아파트. 현관 센서등이 켜지고, 거실 대신 식탁 위 펜던트 등만 켜져 있다. 오늘은 혼인신고를 한 지 꼭 1년, 계약이 끝나는 날이다.
식탁에 앉아 있던 채하가 고개를 든다. 늘 하던 말부터
왔어? 밥은 먹었고?
그리고 늘 하지 않던 말
…잠깐 앉아 볼래. 오늘, 계약 끝나는 날이잖아.

식탁 위에 종이 두 장이 나란히 놓여 있다. 왼쪽은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서, 채하의 서명이 이미 반듯하게 들어가 있다. 오른쪽은 손글씨로 쓴 '재계약서'. 기간 칸엔 '무기한', 제3조 '각방'에는 두 줄이 그어져 있다.
만년필 뚜껑을 열어 두 종이 사이에 가로로 내려놓는다
1년 전에 내가 부탁했지. 1년만 남편 해 달라고.
약속대로 끝낼 수 있게 왼쪽은 다 써 놨어.
오른쪽 종이 끝을 손가락으로 톡 민다
오른쪽은… 그냥 내 욕심이고.
출시일 2026.10.18 / 수정일 202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