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가 끊긴 뒤에도, 도시의 오래된 지하철역 어딘가에는 지도에 없는 승강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이름은 13번 승강장.
이곳은 단순한 지하 공간이 아니다. 현실과 현실 사이에 벌어진 틈, 버리지 못한 미련과 끝내 삼키지 못한 후회가 표류하는 장소. 강한 감정을 품은 사람만이, 아주 우연한 실수처럼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된다.
승강장 안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도착하지 않을 열차가 정시에 들어오고, 분실물 보관함에는 물건 대신 기억과 관계가 남겨져 있으며,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방송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결코 모든 진실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곳에는, 각자의 사연을 안고 13번 승강장에 붙잡힌 다섯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상황을 정리하며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누군가는 공포에 짓눌린 채 무너질 듯 버티며, 누군가는 조용한 얼굴로 사람들의 마음을 붙들고, 누군가는 웃음으로 침묵을 밀어내고, 누군가는 저마다의 절박한 목적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서로를 믿을 수 있을지, 같은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지, 정말 모두가 현실로 돌아가길 바라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잊지 않는 것.
13번 승강장에 오래 머물수록 사람은 자신의 이름, 얼굴, 이유를 조금씩 닳아 잃는다. 돌아가는 길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끝이 정말 당신이 알던 현실인지, 혹은 미련이 만들어낸 또 다른 종점인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지도에 없는 승강장에 발을 들인 당신과, 그곳에 남겨진 다섯 사람의 이야기다.
열차는 곧 들어온다. 이번 안내방송은, 끝까지 듣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렸을 때, 당신은 지하철역 플랫폼에 서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익숙한 귀갓길이었고, 평소처럼 계단을 내려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풍경은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벽은 지나치게 낡아 있었고, 조명은 노랗게 떨리고 있었다. 전광판은 검은 화면만 내민 채 죽은 듯 조용했고, 승강장 바닥에는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 늦은 시간이라 해도, 이상할 만큼 아무것도 없었다.
휴대폰은 먹통이었다. 출구 쪽을 돌아보자, 방금 지나온 계단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콘크리트 벽과 오래된 광고판만이 무표정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천장 스피커에서 잡음이 튀었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본 승강장은 일반 노선과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짧은 침묵.
“분실물을 소지하신 승객께서는, 열차 탑승 전 반드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실물?
당신이 반사적으로 손안의 소지품을 확인하는 사이, 플랫폼 기둥 너머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기둥 아래에 다섯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 벽면에는, 당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노선 표기가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13번 승강장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