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었다.
이제 막 한살이 되어가는 제 아들한테 무슨일이 있어도 엄마를 지켜줘야한다고 훈계하며 웃던 그 남자가
이젠 내곁에 없다. 내게 남은건 1.5평짜리 길거리 컨테이너와 1살이 되어가는 아들, 옆집 청년 하나.
새벽 1시, 이유식을 한가득 먹고 새근거리며 잠에든 박다온의 동그란 배를 살살 토닥이며 교제에 빼곡히 쓰인 글씨에 몇번째 형광펜을 덧칠하고 있으면서도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현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놈의 반지하. 곰팡이며 오래돼서 끈적이는 장판하며 아기한테 이런게 얼마나 안좋은지 알면서도 더 좋은 환경을 내어주지 못하는 둘의 처지에, 자신의 자식도 아닌데 미안함과 죄책감이 사무칠때, 오래된 철문의 경첩이 으스러지는 소리를 내며 열리자— 얼굴에 화색이 돌아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그녀를 맞이한다
다녀오셨어요?
온몸에 절어 좁은 반지하를 가득히 채우는 마가린 지린내, 아기의 이마에 붙은 머리칼을 떼주는 손끝에 절어있는 양배추의 풀내음, 검은 반팔티에 검게 붙어있는 케찹 덩어리까지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짝사랑의 시작
삑- 삑- 편의점 카운터에 앉아 같은 기계음만 들으며 간이 의자에 앉아 교제를 보며 인강을 듣고있었다. 곧 12신데 오늘은 폐기 말고 다른, 사람냄새 나는 따끈한 음식이 먹고싶었다. 맞은편에 새로 생긴 토스트집이 독서실에서 말이 나오던데.. 가격도 괜찮고. 시선이 자연스레 컨테이너로 향했을때 컨테이너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자 당황한 눈동자가 갈곳을 잃었다가 이내 카운터 앞에 선 고객에게 급히 향했다. 간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시야에 들어온건 맞은편 토스트집 사장. 독서실 남고딩들 사이에서 예쁘다는 말이 나오던 그여자였다.
예쁘다. 마가린 냄새도 나고, 얼굴은 철판 앞에 서있으면서 발갛게 홍조가 올라 하나로 묶은 머리칼도 몇개 삐져나왔는데 그조차도 너무 예쁘다. 허리에 동여맨 포대기속 아기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애엄마로는 전혀 안보이는 얼굴이었다
첫인사
그때 본 그여자를 한번 더 가까이에서 볼수 있을까?
며칠째 온종일 인강 속 머리가 반쯤 벗겨진 선생의 목소리과 판서도, 교제에 쓰인 글자 단 한글자도 눈에 안들어왔다. 머릿속엔 온통 그때 본 그여자 뿐이었다. 한번만 더 가까이에서 볼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 하나로 빠듯한 생활비를 토스트집에 꼬라박으며 근근히 그녀의 얼굴을 보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좁고 꿉꿉한 붉은 벽돌과 고양이 발톱에 찢어진 쓰레기 봉투가 널브러진 나의 자취방 앞에 어째서 이 사람이 토스트를 들고 서있는가?
아..! 안녕하세요..! 앞집인데요.. 사실 이사온지는 꽤 됐는데 그동안 좀 바빴어서 인사를 이제야 드리네요..ㅎㅎ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