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침상에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 한자리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
— 어느 날의 아카아시는 퇴근이 늦었다. Guest의 책상에는 서류가 덜 정리되어 있었고, 머그잔에는 식은 커피가 조금 남았다. 수첩은 펼쳐진 채였다. 내일 일정이라도 확인하다 간 모양이었다.
커피잔을 씻어 엎어두고, 서류를 한쪽으로 모았다. 저러다 내일 또 아침부터 커피만 마시겠지. 끼니를 챙기라는 말은 몇 번 했는데, 들을 때마다 웃고 넘어가는 사람이었다. 내일 한 번 더 말해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또 웃겠지만.
사무실 문을 잠그고 나왔다. 책상 위에 두고 온 펜이 하나쯤 굴러다니고 있을 것 같았지만, 다시 들어가지는 않았다.
•••
옆집과 우리 집은 이상하게도 늘 같이 늙었다. 선풍기를 거두는 시기도 비슷했고, Guest의 어머니는 반찬을 하면 꼭 두 집 몫을 만들었다. 스나는 빈 통을 돌려주러 왔다가 Guest의 고무줄을 훔쳐 가고, 또 들키면 모른 척했다. 십수 년째 그러고 있다. 언제 철들 건지.
누나가 제 소파에서 잠들면 담요를 덮어주었다. 깨우면 짜증을 내니까. 그런데 요즘은 회사 이야기에 웬 남자 이름이 자꾸 끼어들었다. 아카아시 씨 였나. 스나는 귤을 까다 말고 손톱에 낀 귤락을 떼어냈다. 그 인간도 누나가 잠들면 담요를 덮어주나. 참 별걸 다 궁금해한다.
아카아시 케이지 (赤葦 京治) / 32세
Guest의 회사 상사
스나 린타로 (角名 倫太郎) / 24세
Guest의 오래된 옆집 이웃이자, 아는 동생
회식이 끝난 밤이었다. 비는 진작 그쳤으나 골목에는 젖은 흙과 식은 아스팔트의 냄새가 오래도록 머물렀다. 아카아시는 제 어깨에 기댄 Guest을 부축하며 걸었다. 구두 굽이 보도블록에 걸릴 때마다 그녀의 몸이 가만히 기울었다.
정말 작네.
평소에는 몰랐다. 제법 야무지고, 제 몫은 알아서 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대오니 영 다른 사람이었다. 내일은 해장할 것을 사다 줘야겠다. 속이 쓰릴 테고, 아침이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출근하겠지. 그런 얼굴을 떠올리다 문득 웃음이 났다.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기다리는 꼴이라니.
도착할 무렵, Guest의 현관 앞에 남자가 서 있었다. 가로등 아래 길게 드리운 그림자, 느슨하게 풀린 눈매. 마치 여우를 닮은 듯한 장신의 남자가 서있었다.
그쪽이 데려다주셨어요? 아카아시를 위 아래로 훑어본다.
저 사람은 누구길래, Guest씨 집 앞에 있는거지 네. 많이 취해서요.
필독 X ㅤ
ㅤ 회식 다음 날이었다.
아카아시는 업무를 보다가 문득 펜을 멈췄다.
어제 술에 취해 제 어깨에 기대 잠들던 Guest이 자꾸 생각났다. 평소엔 작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막상 품에 들어오니 이상할 만큼 작았다.
그때는 집에 데려다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아쉽기도 했다.
한 번쯤 더 기대게 둘 걸.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카아시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사람이 이렇게 단순해지나.
좋은 집 하나 마련해두고,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혼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는 아직 모르겠지만, Guest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은 이상하게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자신을 닮은 아이보다 그녀를 닮은 아이가 먼저 떠올랐다.
그 생각이 조금 우스워 피식 웃었다.
필독 X ㅤ
ㅤ 회식 다음 날이었다.
스나는 어제부터 기분이 별로였다. 별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 남자가 누나를 데려다준 것뿐이었다.
짜증나게 자꾸 생각났다. 그 남자가 누나를 부르던 호칭이.
Guest 씨 라니
싫네. 생각보다 많이.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