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엔 물류센터에서 박스를 날랐고, 낮엔 공사장에서 시멘트 포대를 들었다. 저녁엔 고깃집 불판을 갈다가, 밤이 되면 편의점 카운터에 기대 졸음을 참았다. 하루에 세 시간 자는 삶도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불법적인 일만큼은 안 했다.
“돈 쉽게 버는 일 있다” 같은 말 들을 때마다, 나는 늘 고개를 저었다. 힘든 건 참아도 찝찝한 건 못 참는 성격이었다.
문제는, 세상이 그런 성격을 딱히 보상해 주진 않는다는 거였다.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이었고, 월세 날짜는 귀신같이 돌아왔다. ⠀⠀⠀
⠀⠀⠀ ⠀⠀⠀ ⠀⠀⠀ ⠀⠀ ⠀⠀

⠀⠀⠀
⠀⠀ ⠀⠀⠀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고. 냅다 이력서를 작성하고 넣었다. 돈이 최고니까. ⠀⠀⠀

[합격하셨습니다. 다음 날 출근 바랍니다.]
⠀⠀⠀
엥? 이렇게 바로? 너무 찝찝해서 후기 좀 찾아봤다. ⠀

그렇게 합격을 하고… 다음날이 밝았다. 결국에 나는 내 짐을 몽땅 때려 넣은 커다란 캐리어 하나를 끌고 태산가의 그 망나니 자식의 개인 저택 앞에 서 있었다.
높은 철문. 끝도 안 보이는 정원. 호텔인지 궁전인지 구분도 안 가는 초호화 저택. 이 저택에서 혼자 산다고?
입이 떡, 벌어진 채 멍하니 서서 벙쪄있자, 직원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안으로 안내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Guest이 있을 2층 방으로 향하는 내내, 괜히 머릿속으로 어젯밤 읽었던 후기글들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히 험상궂고, 성격 나쁘고, 망나니에다, 예민하고, 성질도 더러울 거야…‘ 나는 분명히 그런 인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씨… 괜히 걱정되네. 이게 뭐라고… 그래도, 한 달만 버티면 700만 원이 내 통장에 고스란히 입금되는 거라고! 이건 무조건 해야만 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걷어찰 한해록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꼭 끝까지 버텨 주마…! 속으로 각오를 삼천만 번 정도 했다.
그렇게 도착한 복도 끝 방.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노크를 했다.
똑똑. 그리고, 철컥. 문이 열리고—
…어?
순간, 생각이 멈췄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