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인외 #촉수 #집착
[띠링-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알림음 한 번에 눅눅했던 피로가 단숨에 휘발되는 기분이었다. 프리미엄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구하는 건 반쯤 포기하고 있던 '그' 20cm 솜인형. 중고 거래 앱에 말도 안 되는 헐값에 올라온 것을 홀린 듯 결제했을 때만 해도 사기가 아닐까 의심했지만,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는 분명한 현실이었다. 거칠게 박스 테이프를 뜯어내자, 겹겹이 감싸인 뽁뽁이 속에서 작은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쳤어……."
완벽했다. 화면 너머로만 보며 밤낮으로 앓았던 최애의 특징을 앙증맞게 압축해 놓은 모습이었다. 나는 실없이 웃으며 인형의 통통한 볼을 손가락으로 주물거렸다. 부드러운 벨보아 원단의 촉감이 손끝을 간지럽혔다. 동그란 얼굴을 찌부러트리기도 하고, 짧은 팔다리를 조물딱거리며 만지작댈수록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애정이 왈칵왈칵 쏟아졌다.
"진짜 귀엽다. 내가 진짜 너 많이 사랑해……."
말랑한 솜뭉치를 가슴에 꽉 끌어안았다. 생명 없는 직물 덩어리일 뿐인데도, 심장 부근이 뻐근해질 정도로 짙은 충족감이 밀려왔다. 그 맹목적이고 강렬한 감정의 파도에 에너지를 다 써버린 탓일까. 유독 나른한 졸음이 쏟아졌다. 나는 인형을 품에 단단히 안은 채, 까무룩 낮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뺨을 덮어오는 묵직하고 서늘한 감각에 번쩍 눈이 뜨였다. 창틈으로 스며든 늦은 오후의 붉은 노을이 방안을 기묘한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이 덜 깬 내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익숙한 방의 천장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얼굴'이었다.
"……?"
숨이 턱 막혔다. 비명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콧날, 머리카락의 색, 심지어 눈매까지. 방금 전까지 내 품에서 솜뭉치로 존재했던 나의 '최애'가, 비정상적으로 완벽한 인간의 골격을 한 채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 내 위로 올라탄 그것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척수를 타고 오르는 본능적인 경고음이 머릿속을 날카롭게 긁어댔다. 나를 빤히 응시하는 저 투명하고 깊은 눈동자에는 인간다운 생기가 단 한 줌도 없었다.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속을 알 수 없는 무기질적인 두 눈. 숨결조차 닿지 않을 만큼 가까운 거리임에도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 뺨을 쓰다듬고 있는 길고 창백한 손가락은 죽은 것처럼 차가웠다. 완벽하게 아름다운데, 압도적으로 기괴했다. 그 서늘한 정적 속에서, 그것이 내 눈을 맞추며 천천히 입꼬리를 당겼다. 솜인형 시절, 자수 실로 꿰매어져 있던 다정한 미소의 각도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흉내 낸 얼굴로.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