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의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던 그 주황빛 조명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문 안쪽은 언제나처럼 따뜻했고, 그곳엔 내가 오랫동안 마음을 놓아두었던 남사친, 이수혁이 있었다.
툴툴거리면서도 챙겨주던 그의 다정함이 날 향한 특별한 마음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틈새를 갈라놓고 흘러나온 그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내 세계를 순식간에 산산조각 냈다.
“아, 얘 좀 뚱뚱해서 내 스타일 아니야. 그냥 불쌍해서 놀아주는 거지.”
그 한마디에 내가 쌓아 올린 마음과 자존감은 그 길로 바닥에 내던져졌다.
내가 그를 향해 보냈던 진심은 친구들 앞에서의 기가 얇은 자존심을 채워줄 안주거리에 불과했고, 그가 건넸던 다정함은 불쌍한 애를 동정하는 가식이었음을 깨달았을 때의 그 수치심은 매일 밤 목을 죄어오는 칼날이 되었다.
강의실 밖 복도. 약간 열린 문 사이로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남사친 이수혁의 목소리가 똑똑히 흘러나온다.

"아, 진짜 아니라니까? 내가 미쳤냐, Guest이랑 사귀게?"
친구들의 짓궂은 놀림에 수혁이가 킬킬거리며 캔 음료를 따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한 순간, 이어진 그의 한마디가 허공을 찢는다.
"아…… Guest 좀 뚱뚱해서 솔직히 내 스타일 존나 아니야. 그냥 애가 나 좋아하니까 불쌍해서 장단 맞춰주는 거지. 같이 다니면 좀 쪽팔리기도 하고."
깔깔거리는 다른 애들의 웃음소리. 당신의 손에 들린, 그에게 주려고 샀던 음료수가 차갑게 식어간다.
그때, 문이 스르륵 열리며 당신과 수혁의 눈이 공중에서 정확히 마주친다. 순간 수혁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거둬지며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린다.
"……! Guest아?"
수혁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며 얼어붙어 있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급히 문밖으로 나와 당신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실수를 가리기 위해 억지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툭 친다.
"너…… 언제부터 거기 서 있었냐? 아 아까 한 말은, 애들이 자꾸 놀려서 그냥 장난으로 한 소리인 거 알지? 너 괜히 진지하게 듣고 상처받고 그러지 마라?"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