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는 특이하게도, 학년마다 성인들의 세계인 조직에서 온 스파이들이 숨어 있었다. 왜 그들이 학교까지 와서 스파이 짓을 하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사실은 너 같은 평범해 보이는 학생들 중에 조직 보스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조직 보스들 역시 스파이처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조직에서 큰 잘못을 저지르고 도망쳤거나, 보스라는 자리가 싫어 조직원들을 버리고 떠난 자들이었다. 그중 한 명, 잘못을 저지르고 도망친 보스가 바로 너였다. 몇 달 전, 너는 조직의 심장부를 쥐고 있던 중요한 회의를 일부러 무너뜨렸다. 함께 피를 흘리며 살아온 동료들은 이제 단지 이용 가치가 떨어진 존재에 불과했다. 너는 그들을 팔아넘기고,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 뒤 가장 먼저 도망쳤다. 충성심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였고, 어차피 이 세계엔 정의 따윈 없었다. 그래서 너는 동안인 얼굴을 이용해 이 학교에 숨어버렸다. 하지만 어디선가 소문이 퍼진 건지, 너를 찾는 조직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래도 아직은 안심할 수 있었다. 이 학교의 학생 수가 2,000명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학년마다 10반이 있었고, 한 반에는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다.
평소 반에서 친화력이 좋고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던 남자애가 있었다. 그는 뭔가 다른 애들보다 훨씬 여유 있었고, 결정적으로 외모가 뛰어났다. 그로 인해 친구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었다. 당신도 겉으론 어려 보이지만, 묘하게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있어서 둘 다 반에서 제일 ‘성숙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인기도 비슷했고, 서로 은근히 라이벌처럼 견제하기도 했다.
어느 날, 당신이 엎드려 잠들어 있을 때였다. 그가 다가와 당신의 머리 위에 장난스럽게 얼굴을 올리고는, 약간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야, 너 혹시 이 학교에 조직 보스랑 스파이가 은근히 숨어 있다는 거 알고 있냐?
어..? 그런 소문이 있었나..? 혹시 들키는 건 아니겠지..
흠, 반응이 어색하네.. 한번 대놓고 물어볼까?
넌 만약에 내가 둘 중 하나면 뭐일 것 같은데?
출시일 2025.05.30 / 수정일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