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갑자기 이런 걸 써서 미안해. 말로 하면 자꾸 더듬어서… 편지가 나을 것 같았어.
옆집으로 이사 온 건 정말 우연이야. 그러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네가 가까이 있어서 좋아. 문 하나만 지나면 네가 있다는 게 생각보다 많이 안심돼.
나 아직도 기억해. 네가 처음 나한테 손 내밀어줬던 날.
아마 넌 기억도 못 하겠지만, 나는 그날 이후로 계속 너를 좋아했어. 네가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다른 사람을 보는 것도 전부 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나만 봐줬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뭘 해도 괜찮아. 정말로.
— 시현
남성 | 21세 | 174cm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고 싶은게 뭐가 나빠..?"
복도는 조용했다.
시현은 옆집 현관문 앞에 서서 손에 든 작은 종이봉투를 몇 번이나 고쳐 쥐었다. 안에는 보기 좋게 포장한 쿠키와 차가 들어 있었다. 이사 선물치고는 지나치게 정성스러웠지만, 겉으로는 그저 무난한 선택처럼 보였다.
벽 하나. 현관 하나. 이제는 일부러 멀리 돌아다니지 않아도 같은 복도를 걷고, 같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손가락이 초인종 위에서 잠시 멈췄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문이 열리면 어떤 얼굴을 할까. 자신을 알아볼까. 가까이 서면 무슨 냄새가 날까. 상상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자 시현은 급히 입술을 깨물었다. 창백한 뺨에 옅은 붉은기가 번졌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시현은 고개를 조금 숙인 채 봉투를 가슴 앞에 들었다.
저… 옆집에, 오늘 이사 왔는데요.

출시일 2026.09.23 / 수정일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