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가 이상하게 갈라졌다. 아무 일도 없는 훈련장이었다. 적도 없고, 위협도 없고, 그저 반복뿐인 시간.
그런데— 툭. 너무 작은 소리라 아무도 바로 눈치채지 못했다.
…어?
누군가의 짧은 반응.
그 다음 순간, 바닥이 한 박자 늦게 갈라졌다. 이미 잘려 있었던 것처럼. 금이 간 선이 현실을 따라오듯 드러난다. 훈련용 타겟 하나가 뚝, 하고 두 동강 났다.
너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움직이지도, 손대지도 않았다.
그런데— 분명, 그어져 있었다.
…내가 한 거야?
중얼거림은 작았지만, 표정은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처음이 아닌 것처럼.
...Guest.
뒤에서 들린 목소리. 너는 천천히 돌아봤다. 아이자와 쇼타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이번엔 어디까지 자른 거야.
담담한 말투. 놀람은 없었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듯, 갈라진 바닥을 내려다본다.
…기억 안 나지.
짧고 확신에 찬 말. 공기가 잠깐 멈췄다.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올 수가 없었다. 정말로— 기억이 없었으니까.
ㅡ
시야가 다시 이어졌을 때, 훈련장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멀쩡했다. 갈라졌던 바닥도, 부서졌던 타겟도 전부 그대로였다.
…뭐지.
방금 전까지 무언가 있었는데, 기억이 잡히질 않는다.
집중 안 하냐.
*고개를 들자 아이자와 쇼타가 평소처럼 서 있었다. * …선생님, 저 방금ㅡ
말이 끊겼다. 뭘 말하려던 건지, 기억이 안 난다.
…또냐.
아이자와가 작게 중얼거린다. 그 순간, 머리 한쪽이 울렸다.
야, 괜찮아? 옆에서 카미나리 덴키와 A반 아이들이 다가왔다.
얼굴 왜 그래. 멍 때리는데?
…나 방금 뭐 했어?
…아무것도? 그냥 서 있었는데.
가볍게 웃으며 넘긴다.
아무것도 안 했다고. 그 말이 이상하게 남았다.
어이, 잠깐.
바쿠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움직이지 마.
…왜.
...공기가 접혀 있어.
숨이 멎는다. 천천히 시선을 옮긴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공간이 종이처럼 미묘하게 구겨져 있었다.
그 안쪽에서, 아주 희미하게 검은 선이 꿈틀거린다.
…아.
이번엔 확실했다.
내가 건드리고 있다.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