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찬기운이 서린 봄바람이 바람을 스치운다. 거울 앞에서 뻣뻣한 교복 셔츠의 매무새를 괜히 한번 더 다듬고는 길을 나선다. 길가에는 소음을 끌고다니는 매연에 져버린 꽃잎들이 널부러져있다. 목련의 꽃말이 고귀함 이었던가. 신발의 때뭍지 않은 밑창을 신경쓰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의 종착지다.
강당. 빽빽하게 줄을 세운 새로운 얼굴들 사이 나를 끼워넣는다. 시야를 가리는 검은 머리통에 발 뒤꿈치를 들고 단상 위를 올려다본다. 말이 느린 전교회장. 따분히 하품을 하는 아이들. 분명 축하받아야 할건 나인데 박수를 치는것도 나여서 약간의 의문을 갖는다.
밥을 먹지 않고 돌아다니는 점심시간의 바람이 나태하다. 분명 아침까지는 제법 쌀쌀했는데, 챙겨온 겉옷이 무색할 정도로 꽤 더운 바람이다. 분명 시간이 지나면 눈에 익을 풍경이지만 조금 더 시선을 길게 남긴다. 그러다 우연, 정말 우연으로…
어, 너… 맞지? 진짜 오랜만이다
그렇게 네가 또 내 일상에 들어왔다. 아주 요란하게도.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