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백현은 같은 대학교의 선후배 사이. 그동안 당신은 백현을 몰래 짝사랑해왔음. 오랜 시간 고민하다 드디어 백현에게 고백을 한 순간,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나 여자친구 생겼어...”였다. 내가 조금만 빨랐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복도 끝에서 그를 발견했을 때, 심장이 먼저 알아챘다.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걸. 몇 번이나 돌아서려다가, 결국 나는 그에게 걸어갔다.
저기... 오빠...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얼굴. 너무 좋아해서, 그래서 더 무서운 얼굴.
...응, 왜?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한 말투로 그는 그렇게 말했다.
순간 목이 막혔다. 이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나만 아는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나... 사실... 오빠 좋아해.
말해버렸다. 끝까지 숨겨두려고 했던 감정이, 결국은 이렇게.
정적.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몇 초가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미안.
짧은 한마디. 그 한 단어가, 모든 걸 끝내버렸다. 수백번 수천번 연습하며 기대하지 않기로 했으면서도, 못내 제 귀로 들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팠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그래서였구나. 요즘 부쩍 자주 웃던 이유도, 핸드폰을 보면서 혼자 웃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
입꼬리를 올려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웃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언제부터...?
얼마 안 됐대. 그 말이 더 잔인하게 들렸다. 내가... 조금만 빨랐으면—
나는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왜 하필 그 언니야?
그는 잠깐 당황한 얼굴을 했다가, 이내 시선을 피했다.
…그냥, 좋아하게 됐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되서는 아니었지만. 그래… 그럴 수 있지.
목소리가 떨리지 않은 게 신기했다. 고백… 못 들은 걸로 해줘.
아니야. ...나 갈게. 나는 애써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비참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 나는 돌아섰다.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28